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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과 고독 사이 (79)
중고를 사서 오 년을 탄 애마 렉스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고 야단이네
애마도 고물 나도 고물이 되어가지만
아직 튼튼한 네 발은 못 갈 곳이 없다네
북위 34도 동경 126도 땅끝마을도 가고
바람맛도 짭짤하고 물맛도 짭짭한 부산도 가고
금강산 끝자락에 엉덩이를 걸친 고성도 가고
몰아치는 눈보라를 안고 흐르는 동강도 갔었지
허술한 고물이라도 지구처럼 잘 굴러가는 애마
늙어서 서러운 나를 싣고 잘도 굴러간다네
잘생기고 빛깔 좋고 튼튼한 새 차는 널렸지만
이십삼만 킬로를 달려도 탐욕 없는 애마
육십사 년의 시간 위에 앉은 나를 태우고
고독을 쪼아먹으며 굴러가는 어진 애마
“가장 단순한 형태의 동반자가 진정한 동반자라네”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