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시드니는 오페라하우스와 같이 화려한 건축물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도시 풍경과 더불어 해변의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어 매력적인 항구 도시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육지에서만 시드니를 둘러본다면 시드니의 참모습을 놓치는 것과 다름없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항구 시드니에서 배를 타면 반짝이는 푸른 바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의 놀라운 전망, 숨겨진 해변, 자연 그대로의 숲 지대, 매력적인 섬들, 원시림 속의 대형동물원 등 시드니 하버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시드니 여행에서 크루즈 투어는 ′일반적′이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시드니를 보다 더 입체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 시드니 하버 호퍼 크루즈(Sydney Harbour Hopper Cruse)는 한여름 태양과 선선한 해풍을 만끽하면서 물결치는 배 위에서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포함한 시드니의 주요 명소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배에서 내려 타롱가동물원과 절벽 명소 갤팍도 방문할 수 있으며, 유명한 맨리 해변에서 수영과 서핑도 즐길 수 있다. 승선 장소가 여러 곳이라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서 편리하게 탑승하고 내릴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시드니 하버 호퍼 크루즈는 달링 하버(Darling Harbour)에서 출발하여 서큐러 키(Circular Quay), 타롱가동물원, 왓슨스 베이를 거쳐 맨리 비치까지 하루 8번 왕복해서 운항한다. 시드니만의 다섯 군데 호퍼 승선장에서 자유롭게 승하선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내려 근교 관광을 즐긴 후 다시 승선하여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게 크루즈를 즐길 수 있다. 크루즈는 지정된 시간에 출발하는 시스템이라 현장에서 직접 승선표를 구입하거나 모바일 앱을 통해 미리 예약을 해두면 크루즈 시간에 맞춰 쉽게 탑승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달링 하버나 서큘러 키에서 출발하는 1시간짜리 가이드 크루즈를 예약하면 오페라하우스, 하버 브리지, 루나 파크, 역사적인 포트 데니슨, 타롱가동물원, 클라크와 샤크 같은 멋진 섬들을 지나가며 가이드가 라이브 해설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24시간이나 48시간 동안 승하선이 가능한 패스권을 구입하면 종일 크루즈를 승하선하면서 승선장 부근의 관광 명소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어 가장 실속있는 여행을 할 수 있는데, 여기에 트롱가동물원 입장권까지 추가하면 온 가족이 즐기는 완벽한 여행이 된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시드니 해안은 악어의 이빨을 연상하게 한다. 마치 누군가 가위로 마구 오려댄 것처럼 해안선을 따라 깊이가 서로 다른 만들이 들쭉날쭉 파여 있다. 튀어나온 육지 부분이 곧 이빨인 셈인데 만마다 항구가 있어 조그만 요트부터 초대형 크루즈까지 다양한 선박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악어새처럼 잇몸 사이사이를 들락거린다. 항구를 따라 늘어선 많은 비밀 해변과 정원들이 여기에 모여 있다.
배를 타고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지나면 처음 내리는 곳이 타롱가동물원 선착장이다. 호주의 귀엽고 독특한 야생동물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시드니 타롱가동물원(Taronga Zoo)이 제격이다. 호주의 토종 동물들인 태즈메이니아 데빌, 바늘두더지, 코알라, 캥거루는 물론 340종이 넘는 2500여 마리의 전 세계 동물들을 한곳에서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동물원의 원시림 속에서 안전장치를 매고 높은 나무 위에 설치된 통나무 다리를 건너거나 줄타기 등을 하는 어드벤처 체험을 하면서 나무 위에서 쉬고 있는 코알라들도 쉽게 볼 수 있어 이색적인 경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타롱가동물원 다음 선착장인 왓슨스 베이는 시드니의 오래된 어촌 마을 중 한 곳인데, 시드니의 항만과 등대를 관리했던 영국인 로버트 왓슨스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배에서 내리면 수많은 요트와 고급 주택들이 즐비해 고급 휴양지에 도착한 듯한 느낌을 받는데, 작은 비치 뒤편으로는 공원까지 넓게 펼쳐져 있어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시드니 시민들이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상의 복잡함을 접어두고 휴식을 취하는 곳이기도 하다. 절벽 명소인 갭팍과 가까이 위치해 있으며, 두 곳을 함께 산책하며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좋다.
왓슨스 선착장에서 산 능선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아름다운 남태평양 바다 경치가 펼쳐지는 멋진 곳이 나온다. 절벽 틈새로 보이는 시드니의 바다 경관이 아름답다 하여 갭팍(Gap Park)이라고 불리는데, 겹겹이 층이 진 기암절벽 아래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경치가 매우 훌륭하다. 마치 인공적으로 깎은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랜 시간 파도에 돌이 깎여 나간 모습의 기암괴석을 볼 수 있다. 또한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여 유명해진 곳이다. 절벽이 거의 90도 경사여서 투신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자 지금은 펜스로 막아 아예 들어가지 못하게 해놓았다.
왓슨스 베이 근처에 왔으면 반드시 본다이 비치를 가봐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비치 중 하나이자 호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본다이 비치다. 왓슨스 베이에서 호퍼가 아닌 380번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본다이 비치에 도착한다. 사람들이 이곳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황금빛 모래사장과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푸른빛의 바다다. 하지만 해변 뒤편으로 이어지는 카페, 레스토랑, 디자이너 샵 등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크게 사랑받는다. 그밖에도 백사장 사이로 난 산책 코스와 해수 풀장인 아이스버그(Icebergs) 등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가득하다.
부드러운 모래 사장과 어우러진 파도가 서핑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널리 알려진 만큼 주변에는 저렴한 여행자 숙소와 카페 등이 있어 많은 젊은이들이 비치 주변에 머물면서 서핑을 배우기도 한다. 호주의 여느 비치처럼 상체를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러워 어색하지 않게 어울려 휴식을 즐길 수 있다. 해변거리에는 유명한 피자집과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어, 이곳에서 음식을 사서 잔디 위에서 푸른바다와 갈매기와 함께 식사하는 것도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본다이 비치에서 다시 왓슨스 베이로 돌아와 선착장에서 호퍼를 타고 마지막 선착장 맨리에 도착한다. 시드니 남쪽에 본다이 비치가 있다면 북쪽에는 맨리 비치가 있다. 시드니 북쪽의 긴 해안선을 따라 위치하고 있는 교외의 해변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시드니에서 페리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번잡한 시드니 도심과 마치 수천 마일 떨어져 있는 것처럼 고요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변에서 느긋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사와 쇼핑도 함께 누릴 수 있어 온가족 나들이에 적합한 해변 중 하나다.
시드니 곳곳을 둘러보는 교통편으로는 버스, 기차, 라이트 레일, 택시와 우버, 페리 등이 있다. 그렇지만 시드니 하버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교통편은 시드니 하버 호퍼 크루즈다. 페리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리지, 타롱가 동물원, 왓슨스 베이, 맨리 등과 같은 상징적인 명소를 지나가는데, 1일 또는 2일 하버 호퍼 패스를 사용하면 무제한으로 페리 승선이 가능하여 선착장 근교의 관광 명소까지 일일이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새해맞이 행사인 시드니 하버와 오페라하우스, 하버 브리지에서 쏘는 불꽃놀이를 호퍼 선상에서 즐길 수 있다면 이는 최고의 새해 선물이 될 것이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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