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문학에서 ‘터널’의 상징과 우의

신기용

소설가는 ‘터널’과 같은 공간에 상징과 우의를 담아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도 한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는 인간 사회와 삶에 대한 비유이다. 이것은 인간이 진리를 보지 못하고 삶 속에 갇혀 있음의 상징이다. 단군 신화에서 동굴은 사람이 되기 위한 ‘인고의 공간’이다. 

 

참고 견디면 밝은 미래가 있음의 상징이다. 도교에서 동굴은 ‘신선이 사는 집’이다. ‘깨달음’의 상징이다. 그 외 동굴의 상징은 가입식을 거행하는 ‘신성한 곳’이기도 하고, 은자들의 ‘은둔처’이기도 하다. 또한, 죽은 자의 자연적인 ‘무덤’이기도 하다.

 

현대인은 지하철과 지하 시설물 등과 같은 거대한 인공 터널 속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든다. 우리는 일상에서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 또는 “어둠의 긴 터널을 뚫고”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것은 터널이라는 공간 자체가 어둠(부정)과 밝음(긍정)의 뜻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빛, 즉 밝음을 갈망하는 존재이다. 빛은 어둠이라는 ‘무지’에서 밝음이라는 ‘깨달음’으로 옮겨 가는 경계에서 안내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터널’은 어둠 그 자체로는 절망의 표상이지만, 빛을 가미하면 희망의 표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문학 작품에 나타난 ‘터널’의 상징성은 대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거나 공간의 이동을 나타낸다. 윤동주는 산문 「종시」에서 ‘터널’이라는 공간에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고통과 희망을 겹쳐 놓고, ‘암흑시대’인 터널을 벗어나면 ‘광명의 천지’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병주는 『지리산』에서 비현실 세계로의 진입을 상징함과 더불어 종착역이라는 의식을, 황석영은 『바리데기』에서 ‘죽음’과 ‘새로운 삶(희망)’을, 이승우는 「터널」에서 현대 문명의 답답함을 암시하면서 ‘죽음’과 ‘재생’을 상징화하였다.

 

이처럼 소설에서 현실과 비현실 세계의 경계나 통로 역할을 하는 공간, 즉 ‘터널’, ‘계단’, ‘지하’, ‘다리’, ‘강’ 등과 같은 공간 모티프의 상징적 장치에 관해 더욱더 깊이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4.12.25 10:15 수정 2024.12.2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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