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으로 ‘대입제도 재검토’가 논란이 되었다. 별다른 청사진 없이 추상적으로 대입제도만을 재검토한다고 이야기를 했기에, ‘정시와 수시의 비율 조정’ 혹은 ‘학생부종합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 재고’ 중 어떠한 방향으로 대입제도가 개편될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러한 논란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2학년도 대입 개편 방안은 발표한 대로 진행하며,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조정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선을 그으며 일단락되었다.
이러한 발표에 네티즌들의 반응은 양분되었다. 정시의 확대를 추구하는 네티즌들은 “누구나 단일한 시험으로 대학을 가는 정시의 확대만이 올바른 교육의 방향이다.”라고 주장을 했고, 이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투명성과 공정함이 보장된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을 유지해야한다.”라며 댓글 속에서 대립했다. 하지만 그러한 ‘정시확대와 학생부종합전형 중 어떠한 전형이 올바른 대입제도인가?’라는 논쟁은 대입에만 초점을 맞춰 교육의 대상인 학습자는 늘 소외되었다. 사실 교육과 상위학교를 진학하는 제도는 학습자에 초점을 맞춰야 맞다.
현대 교육의 핵심은 학습자의 자기실현이다. 자기실현은 결론이 아닌 지속적으로 도달해야하는 과정이다. 학습자는 교육 및 환경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를 구성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자는 스스로를 인식한다. 전반적인 교육과 실제로 이뤄지는 환경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학습자의 자기실현을 위해 존재해야한다. 학습자의 자기실현은, 학습자가 자신의 잠재력을 모르거나 두려워하거나 현실에 안주하기를 추구하기에 쉽게 이뤄질 수 없다. 학습자가 자신의 잠재력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현실에 안주하여 정체되는 것이 아닌, 성장하고 새로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에 맞춰 학교에서도 이전과 같이 “기초지식을 학습자에게 빠르게 전수하는 것.”을 넘어 “더불어 사는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성찰하여,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교육 방향 역시 교사의 권위를 중심으로 획일적 교육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학습자 개개인의 삶을 중심으로 협동학습을 통해 공동체적 사고 및 비판적 사고를 습득해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나가야 옳다. 학습의 성과, 지식획득, 속도를 강조하는 것에서 학습의 과정, 개인의 성장, 방향을 강조해야 한다.
이전까지 학습자는 지능(IQ)으로만 평가되었다. 하지만 초기 IQ의 개념은 제한적인 인지능력만을 지칭했기에, 다원화된 현대사회에 적합하지 않았다. 교육철학자 스턴버그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능을 3가지 분류로 세분화했다. 각각 지식을 습득하고 검토하는 능력인 분석적 지능,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인 상황적 지능,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자동화 할 수 있는 창의력을 강조하는 경험적 지능으로 나눠 기존 지능의 한계를 극복했다. 또한 지식개념의 분화 의외에도 현대사회에는 지식 외에도 정서지능(EQ)가 강조되고 있는데, 지능의 개념의 분화와 정서지능의 대두는 현대사회가 단편적 지식위주의 교육을 넘어 학습자의 개성과 잠재력을 발현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뻗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교육 흐름의 변화와 달리, 입시제도는 여전히 단순하게 줄지어서 평가하기 용이한 인지능력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미래를 지향하는 교육의 흐름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시험으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수학능력시험 뿐만이 아니라 이를 보안하기 위해 나온 학생부종합전형조차 대학입학이라는 현실 앞에서 단순화되고 있다. 학습자의 개성을 발현시켜주기 위한 과정일 뿐인 상위학교진학이 목표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현실이 맞춰지며, 대입제도는 미래의 잠재력이 있는 학습자를 선발하는 것이 아닌 현재기준으로 인지지능이 높고 잘 훈련된 학습자를 선별하는 제도로 변질되었다.
대한민국이 학습자의 대학진학률은 최상위권이지만, 대학생들의 학문적 성취수준 및 전공활용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도 이러한 부분에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본질적 접근이 필요하다. 대학입학에서 성적에 맞춰 학습자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것이 아닌, 학습자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대입제도도 이를 따라가야 한다. 쉽게 말해서 ‘대학진학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생각하는 학생’이 대학에 진학해야하고 대입제도가 이에 맞춰져야 대한민국사회의 변질된 대입제도문화가 해결될 수 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표현처럼 교육과 대입제도 모두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양동규 기자 dkei82.nar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