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예수를 위한 유언

이태상

몇 해 전 뉴욕 시내에는 곳곳에 아주 인상적인 포스터가 나붙었다. 에칭 식각법으로 부식한 동판화로 만든 예수 상반신 그림에 다음과 같은 광고 문안을 넣은 것이었다. 

 

“당신은 어떻게 일요일에는 ‘집 없는 자’에게 경배 또는 예배를 드리면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그를 못 본 체 무시할 수 있습니까?”

 

여기서 ‘집 없는 자’란 두말할 것도 없이 신약성서 ‘마태복음’에서 예수가 스스로를 비유해 말했다는 예수 자신을 뜻하는 것이었다. 

 

“예수께서 무리가 자기를 에워쌈을 보시고 저편으로 건너가기를 명하시니라. 이때 한 서기관이 나아 와 예수께 말하되 선생님이여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좇으리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오직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하시더라.”

 

이 포스터는 피터 코헨이란 한 예술가가 수많은 뉴욕의 집 없는 무숙자(homeless)들을 돕기 위해 만든 것이라 했다. 이런 포스터를 보면서 30여 년 전 영국 신문에서 읽은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그 기사는 그 당시 죽으면서 자기의 전 재산을 앞으로 재림할 예수님 앞으로 유증한 사람 이야기였다. 

 

재림하셨을 때 ‘주님’께서 헐벗고 굶주리시는 일 없도록. 영국 남부의 해항도시 포쓰무쓰에 살던 어네스트 딕위드란 사람이 그 당시 영국 돈으로 30만 파운드의 재산을 재림할 예수에게 남긴다는 유언을 했다. 따라서 유언 집행인으로 지정된 영국정부 기관인 공공피신탁관재청에서 영국 고등법원의 재가를 얻어 재림할 때 예수가 유산 상속자가 되도록 법적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그것도 보험회사까지 동원한 빈틈 없는 조치였다. 

 

앞으로 재림할 예수를 피상속인으로 지정한 이러한 유언은 무효로 취급해서 유언이 없었던 경우처럼 그의 재산을 분배해 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을 ‘이유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런던의 로이드 보험회사를 통해 보험까지 든 것이었다. 

 

그래서 예수가 재림할 경우 이 보험회사에서 예수에게 30만 파운드를 지불토록 한 것이었다. 딕위드 씨는 그의 유언에서 자기의 목돈 원금 30만 파운드를 연 12.5%의 이자 증식이 되는 데 투자했다가 그가 죽은 지 21년째 되는 해에 예수가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나면 원금과 이자를 합한 32만 4천 백 15파운드를 예수에게 지불해 달라고 했다. 

 

죽기 전 그는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을 읽고 면밀하고 치밀한 계산을 해서 따져 본 결과 예수의 재림이 그때로부터 22년 후로 임박했다고 믿게 된 것이다. 어떤 특별한 사정과 이유에서든 예수의 재림이 지연될 경우에는 원금은 계속 예수를 위해 놔두고 이자는 나라에 귀속시켜 달라고 했다. 

 

예수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아도 이 유산 상속 조건이 80년 동안은 유효하다고 했다. 16세기에 제정된 영국의 재산 상속법에 따라 80년이 지나면 그때 가서 그의 가장 가까운 친척 후손에게 재산이 넘어가게 된다고. 한편 재림할 예수에게 보험회사에서 지불할 보험금 32만 4천 파운드의 5%인 천 6백 20파운드를 보험료로 지불키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재림할 예수의 신분을 어떻게 확인하느냐는 것이었다. 벌써 그 당시로 20여 명이 스스로를 각기 재림한 예수라고 자칭하면서 보험금을 타 먹으려 했다는 기사였다. 

 

이 기사를 보면서 나는 생각해 보았다. 예수가 사람의 탈을 쓰고 지상에 나타난 하느님이었다면 그와 같이 사람 그중에서도 힘없고 천대받고 무시당하는 사람으로 또는 동물 심지어는 식물의 탈까지 쓰고 우리 가운데 그야말로 무소 부재하시는 분이 하느님 또는 부처님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

  

작성 2025.01.04 09:41 수정 2025.01.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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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