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인모상(盲人摸象)은 ‘눈먼 장님의 코끼리 만지기’란 뜻으로, 어떤 사물의 한 형상이나 한 단면만을 보고 사물 전체를 아는 듯이 떠들어대는 태도를 꼬집는 고사성어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은 경험한 것만큼만 안다는 말과 상통한다. 문학작품은 자신의 체험이 원천이다.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문학작품을 창작할 때 유사한 체험을 했던 사람들이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체험하지 않는 뜬구름 잡는 허황한 작품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오늘날 인터넷 통신이 발달하면서 문학 동호인 블로그에 자신의 문학작품을 올린다, 그러면 블로그에 가입한 회원들이 그것을 읽고 댓글을 다는 등 디지털 글쓰기 문화풍토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문학작품을 창작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사람이 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들은 하나같이 문예 창작에 관한 이론적인 공부나 충분한 습작의 과정도 거치지 않아서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턱대고 자기 생각을 몇 자 적고는 그것을 문학작품이라고 블로그에 자기 글을 올린다, 그러면 회원들이 겉치레 칭찬 댓글을 달아준다, 그러면 글을 올린 사람은 정말 자신이 작품을 잘 쓰는 것으로 착각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형편없는 작품들을 날마다 올리고 좋아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의 시를 읽어보면, 하나같이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마치 혼자만의 관념 속에서 뜬구름 같은 생각에 빠진 넋두리 같은 시들이다. 대부분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들을 형상화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직설적인 감정을 토로하고 있거나 관념어로 도배질해 기술해 놓은 글을 시라고 발표하고 있고, 여기저기 블로그에 올리면서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이들의 글은 시가 아니라 신변잡기의 감정 배설물이라 할 수 있는 글들로 가상세계를 오염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디지털 낙서들로 가상세계의 쓰레기 공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낙서 같은 글들을 시 창작 활동으로 오인하고 인터넷 글쓰기 활동에 빠진 사람들의 비생산적인 글쓰기 풍토가 고착화되어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슬픈 현실이다.
각종 블로그에 시라고 발표되는 작품을 보면 그 중에게는 문인의 칭호를 받은 사람들의 글도 있고, 일반인들의 글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인의 글과 문인의 글이 모두 똑같은 수준이어서 구분이 안 된다. 구분이 안 되니까 자신이 문인임을 장황한 문학활동 경력을 첨부하여 스스로 밝히는 등 정말로 어이없는 자기 홍보를 하고 있다.
일반인과 문인의 글, 누가 읽어도 구분이 되어야 정상일 텐데, 구분이 안 된다는 것은 모두가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기본적인 원리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짝퉁 문인들은 모두 문예잡지들의 신인상 통해 문인이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문예잡지의 신인상이 문단 등단으로 알고 있다. 이들의 신인상 제도는 그 문예잡지만 문인으로 인정해 주는 고객일 뿐, 정상적인 문인의 활동을 할 수 없는 인물들을 문예잡지들이 영리적 목적이나 문예잡지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학권력의 희생양으로 가짜 문인 칭호을 부여한 것이다.
신인상 당선 상패를 보면 모두 문예잡지 발행자의 명의로 되어있다는 것은 문예잡지 발행이 독단적으로 문인 칭호를 부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짝퉁문인을 뽑은 심사위원을 보면 모두 공신력 있는 문인이 책임지고 심사하여 문단에 내보낸 것이 아니라 문예지 발행인 자신이 심사했거나 자신과 가까운 이름도 없는 문인들이 심사를 맡아 작품의 수준을 따지지도 않고 등단시킨 이른바 신인 장사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만약 공신력 있는 문학단체의 회장 이름이거나 유명한 문인의 이름이 들어있는 경우는 그 이름을 몰래 도용했거나 허락을 받아 빌어 온 경우이다. 이런 등외 문예잡지들이 상업성이나 문단 정치를 위한 문학 권력 행사를 위해 해마다 수많은 짝퉁 문인들을 신인상 제도로 내보내고 있어 그 수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 문예잡지에서는 작품 수준과는 무관하게 아무나 상업적 목적을 달성하면 문단 등단이라는 발행인 이름으로 배출하고 있는데, 이들을 공신력 있는 문인단체에서 신입회원으로 받아들여 회원으로 인정해 합법적으로 신분 세탁을 해주고 있다.
문인 등단 절차와 어찌 되었든 간에 이들이 노력하여 정상적으로 문인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작품창작 공부를 해야 마땅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잘 써보겠다는 연수는 아예 포기한 체, 문인단체 감투 노름에 빠져있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 또는 문인복지기금의 수혜, 문학상 타기 등등 속물적인 경제적인 이해관계나 명리적 가치 실현을 위한 활동에 치중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파리떼처럼 구린내가 나는 속물적인 이해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문인의 가치를 추락시키는 일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크레섬의 법칙이 문학계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가짜가 진짜 노릇을 하고 큰소리를 치는 풍토가 되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짝퉁 문인들이 문학작품을 바로 보는 안목이 있을 리가 없다, 어떤 작품이 우수한 작품이고 왜 우수한 것인지 모르고 자신이 읽고 마음에 들면 좋은 작품인 것으로 무작정 인정할 뿐이다.
글은 글쓴이의 내면을 드러낸다. 적어도 문학 작품이 되려면 문예 창작의 기초 지식을 익히고, 꾸준한 습작을 통해 스스로가 자기만의 개성적인 창작 방법을 터득해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창작하는데 노력도 하지 않고 문인으로서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려는 허욕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엉터리 낙서 수준의 글을 문학 작품이라고 함부로 발표하며 자기도취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이들은 문인단체의 감투 놀음에 만족하거나 문학단체에서 문학 작품의 창작 활동보다는 남들에게 과시하고 자신의 존재를 과장하여 홍보하기 위한 시화전, 낭송시 활동, 문학의 밤, 창작 방법에 도움도 되지 않는 명사 초청 강연회, 등 문학 활동과 자신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음을 보이기 위한 자작시 합평회, 각종 문화센터 창작 강의 수강 등의 맹목적인 문학 활동을 하며 살아간다. 시 창작 기능을 습득하기 위한 합평회는 서로의 감정을 자극할 뿐 창작 방법을 익히기 어렵다. 자신들보다 월등한 안목과 시 창작 방법을 습득한 고수한테 첨삭 지도를 받지 않고서는 시간만 낭비할 뿐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문인의 길은 진정성을 바탕으로 참 인간이 되는 길이다. 좋은 작품을 잘 쓰기 위한 부단한 자기 노력이 없이는 모두가 허망한 문학 놀이꾼으로 이 세상에 쓰레기 글만 남기는 꼴이 되고 만다. 모두가 자신이 맹인모상(盲人摸象)의 문인이 아닌지 자신을 뒤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오늘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어떻게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반성하면서 작품을 보는 안목을 익히기 위해 다른 우수한 작품들을 많이 읽고, 깊은 사색과 시 창작 방법 이론대로 창작 방법을 익히기 위해 많이 습작하는 등 스스로 자신만의 창작 방법을 깨우쳐 가는 길이 문인으로서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길이고, 글을 쓰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참다운 문인의 자세일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