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 김수영, <사랑의 변주곡(變奏曲)> 부분
인류는 오랫동안 욕망을 억눌러 왔다. 생산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제 생산물이 넘쳐난다. 소비하지 않으면 경제가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진다. 그래서 사회는 마구 욕망을 부추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욕망의 입을 열어야 한다. 욕망은 대개 남의 욕망이다. 세상이 심어준 것들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자신의 순수한 욕망이 있다. 욕망의 입을 열게 되면,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게 된다. 항상 자신 안의 욕망을 살펴보다 보면, 자신의 욕망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역작 ‘파우스트’는 욕망의 승리를 보여준다. 욕망을 멀리하고 오로지 이성적인 지식만 쌓은 파우스트는 말년에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를 구원하는 것은 그가 내면 깊이 숨겨두었던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다. 그의 내면의 그림자가 악마(메피스토펠레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악마에게 영혼을 맡긴다. 파우스트는 다시 젊어져 꼭꼭 숨겨두었던 온갖 욕망의 쾌락에 빠지게 된다. 낮은 차원의 육체적 욕망을 채우게 되자, 그의 정신은 상승한다. 그의 사랑은 점점 넓어진다.
그는 어느 날, 외치게 된다.
“순간이여 멈춰라! 너 아름답구나!”
그는 찰나가 영원임을 온몸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괴테는 우리에게 성적 방탕에 빠지라는 게 아니다. 성 에너지가 고상한 정신으로 승화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