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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즐기는 탁월한 파괴자 (74)
새들의 제왕이 되고파 허공을 맴도는
겨울 까마귀의 공허한 날갯짓에
땅이 튀어 올라 하늘이 되고
하늘이 곤두박질해 땅이 된다네
우월함에 흠뻑 취한 까마귀는
위대한 독수리 곁을 빙빙 돌면서
가치 없는 즐거움을 즐기고 있네
먹이 찾아 날아가는 까치들 유혹해
하늘의 제왕으로 우뚝 서려는 까마귀
날카로운 부리의 독수리 가면을 쓰고
어리석은 까치들 앞에서 배우 행세하네
먹이라는 희망은 최악의 재앙으로 가는 길
어리석은 대장을 따라가는 불쌍한 까마귀도
머지않아 위험 없는 세계의 끔찍함을
자신의 한계 안에서 반항하게 되리라
모험가인 새들은 하늘을 날아오르다가
길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길이 보인다네
가장 단순하고 아름다운 삶의 진리는
의심할 수 없는 것들의 의심 속에 있고
자신을 잃어봐야 자신을 발견한다는 걸
난데없이 맑게 비치는 겨울 햇살을 보며
한결 용감해지고 더욱 사려 깊어졌다네
“순종에 집착하면 지혜의 제자가 될 수 없다네”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