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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전당포 (71)
낡은 철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그 남자
주머니 속에서 울고 있는 세이코 손목시계가
나오지 않으려는 듯 발버둥 치네
어깨를 움츠리고 종종종 걸어가는 사람들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람들의 고성방가도
주머니 두둑한 사람들에겐 자장가겠지만
달랑 불알 두 개뿐인 서글픈 사람들에게는
가슴골 타고 흘러내리는 비파소리라네
맡길 것 없는 삶이란 죽음보다 비참한 것
마지막 남은 세이코 손목시계에 절망을 묶어
전당포에 함께 맡겨놓고 쓸쓸히 돌아서네
입간판처럼 낡은 자본주의를 비웃는 듯
마지막 남은 희망 한오라기를 붙잡고
봄이 오면 종로로 갈지 강남으로 갈지
가벼워진 가방을 메고 행복해할 그 남자
“희망이라는 위대한 스승에게 경배를”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