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선의 연작詩] 겨울 전당포 (71)

전승선

 

겨울 전당포 (71)

 

 

낡은 철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그 남자

주머니 속에서 울고 있는 세이코 손목시계가

나오지 않으려는 듯 발버둥 치네

어깨를 움츠리고 종종종 걸어가는 사람들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람들의 고성방가도

주머니 두둑한 사람들에겐 자장가겠지만

달랑 불알 두 개뿐인 서글픈 사람들에게는 

가슴골 타고 흘러내리는 비파소리라네

맡길 것 없는 삶이란 죽음보다 비참한 것

마지막 남은 세이코 손목시계에 절망을 묶어

전당포에 함께 맡겨놓고 쓸쓸히 돌아서네

입간판처럼 낡은 자본주의를 비웃는 듯

마지막 남은 희망 한오라기를 붙잡고

봄이 오면 종로로 갈지 강남으로 갈지 

가벼워진 가방을 메고 행복해할 그 남자

 

“희망이라는 위대한 스승에게 경배를”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

작성 2025.02.10 09:15 수정 2025.02.10 09:4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우주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2일
2025년 4월 12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