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그녀 방엔 드라큘라가 산다
빈틈을 단숨에 먹어 치우는 그가 있다
어두울수록 살결이 빛나는
칠흑이 낮은 목소리 잔뜩 깔아 놓은 곳에서
반짝이는 그가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다
직각에 사는 나는 날마다 그를 만난다
반질거리는 그에게 물리면
나는 활짝 피어나고
갓 나온 페로몬의 자정을 삼킨다
유난히 노곤한 봄처럼 뇌쇄시키는
반만 접은 눈으로 황홀한
그가 몹시 갖고 싶다
떨어뜨릴 상흔이 두려워
꼭 껴안고 서두르는,
밋밋한 그녀 방에 늘 그가 서 있다
눈감아 준 햇살이 단잠 자러 가면
밤새 탐할 거란 기대로
서둘러 불러들이는 깜깜한 문장들
포근하게 휘감는 언어들이 찾아온다
고갤 숙여, 새하얀 목덜미가 팔딱이면
날카로운 송곳니가 정성 들여 깨물고 샅샅이 핥아주리라
우리는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연인
순순히 그도 나의 포로가 되고 싶었던 걸까
그녀 방엔 빛나는 드라큘라가 산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