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은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취미활동으로 선택했을 때 가장 간편한 것이 특징이 있다. 옛날에는 필기도구와 메모장이나 원고지가 있어야 작품을 창작할 수 있었지만, 최근 디지털 매체가 발달함에 따라 컴퓨터와 핸드폰만 있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작품창작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핸드폰의 메모장 기능을 활용하여 때와 장소에 구속받지 않고 작품창작은 물론 낭송 활동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누구나 문학을 취미활동으로 하고 싶다면, 문학을 자신의 취미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문학을 취미활동으로 선택한 이유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경제적인 부담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둘째, 자신의 작품을 활자화할 수 있고, 명리적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문학 활동을 통해 자신을 돋보일 수 있고, 자신이 꿈꾸었던 이상을 문학작품으로 창작하여 여러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 독서 활동으로 간접적인 경험을 많이 쌓을 수가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 문학을 좋아하는 동호인들과 친분을 나누고 상호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섯째, 지역사회를 이끌어가는 지성인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는 점, 일곱째, 문인으로 대접을 받으며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 등 수많은 이유로 문학을 취미활동으로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행위가 취미활동이 될 수는 있지만 공부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치열한 작가정신은 물론이고 이 방면에 상당한 전문적인 지식과 재능이 없고서는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학을 취미할동을 할 때는 시낭송이나 동화나 소설의 구연이나 문학작품 감상토론 등 문학향유적인 활동은 가능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날 우리나라는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문인되기 바람이 불어 그 어려운 창작활동을 하는 문인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옛날 천민이 재물로 양반 자리를 사듯이 문인을 신분 상승으로 알고 그 자격을 사겠다고 나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자유를 구속하는 갓을 쓰고 양반 행동을 하려는 것처럼 문인이 자격증이 없지만 문예지들이 남발하는 거짓 문인 자격증으로 문인 노릇을 하고 싶은 지식인에 대한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이 많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 되었든 간에 문학을 하겠다고 나섰다면 인간으로서의 진실한 마음 자세가 문학하는 자세이고 문인 정신일 것이다.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문학을 하겠다고 나서서 문인노릇을 한다고 해서 문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인은 문학작품을 창작하여 그 문학작품을 읽은 독자들이 감명을 받았을 때 문학작품이 남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전으로 여기고 있는 춘향전이나 홍길동전은 문학작품으로 명작이 되어 누구나 읽어보지 않는 사람이 없지만, 정작 그 작가를 아는 사람은 소수이다. 문학작품이 알려졌지 그 문학작품을 지은 문인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마찬가지로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 대중가요나 영화의 경우도 가요의 작사나 작곡가가 누구인지 영화를 만든 감독이 누구인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다만 노래를 부르는 가수나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알려져 스타가 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문학을 취미활동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좋은 문학작품이 널리 알려지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문학작품이 아니라 문인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기를 바라고 있다면 무엇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문인 행세를 하는 사람은 참다운 문학작품을 창작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아니라 세속적인 관점에서 문인 되고자 하는 상놈의 양반노릇이 부러워 나선 문학놀이꾼들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정상적인 문인이라면 속인처럼 탁월한 처세술이나 자신의 영달을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속적인 욕망을 억제하고 오직 문학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작가정신, 그리고 그런 결과물인 문학작품이기에 수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고, 그러한 활동을 하는 문인이기에 대중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문학사에 남을 문학작품을 남긴 문인들을 보면 대부분이 올바른 역사의식으로 세상을 바르게 보고, 올곧게 살아가는 당대의 지성인으로 시대를 이끌어가는 정신적인 지주의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 등 역사적인 격동기에 올곧은 선비정신으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대변해온 분들이 많았었다.
그 예로 이육사. 윤동주 등을 비롯하여 한용운, 현진건 등 수많은 문인들이 일제 강점기 항일 독립 정신을 문학작품에 반영하기도 하고 독립의지를 독자들에게 작품을 통해 알리려고 하다가 옥고를 치르기도 하고 희생이 되기도 했었다.
일본 강점기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질곡이 있을 때마다 문인들은 양심 세력으로써 인권과 정의와 자유를 위해 올곧은 정신으로 문학작품을 창작하여 일반 대중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왔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이 가능해지자 문학을 취미활동으로 선택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생겨났다. 격동기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속물적인 계산이 빠른 사람들이 들쥐처럼 재빨리 움직여 자신의 명리적 가치를 실현하고 경제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것은 마치 장마철에 강수량이 늘어나면 강물이 범람하여 낮은 지역을 덮어버리고 온갖 쓰레기들을 이끌고 거세게 흘러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격동기에는 그 거세진 물결을 누구도 말릴 수가 없다. 그러나 비가 그치고 며칠이 지나면 범람하던 물줄기는 자취를 감추고 흙탕물이던 강물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 다시 강물이 맑아지게 된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 문학 및 예술계는 해방 이후, 6.25 전쟁, 4·19 혁명, 5·18민주항쟁 등 역사적인 질곡을 거치면서도 꾸준히 발전해 왔다. 특히 전쟁으로 인해 폐허를 딛고 다시 일어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루어내는 등 우리 민족은 오천 년 역사를 이어온 위대한 저력을 과시해 왔다.
그런데, 이런 변화 속에서 정신사적인 측면에서 외세의 침략 속에서도 독립 의지를 일깨워 민주적인 선진의식으로 점차 변화해 갔다. 이런 과정에서 문화예술계는 아직도 흙탕물이 가시지 않고 앙금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은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한 맺힌 열망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물질적인 풍요와 비교해 현저하게 뒤처진 정신적인 여유는 세계 선진 시민의식의 행동 문화로 정착하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의 대열에 바짝 가까워졌음에도 국민의 의식과 행동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것은 고질적인 허례허식의 과시 습성과 사회적인 불평등이 심화된 결과일 것이다.
문학을 취미활동으로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인격 수양을 하겠다는 옛 선비정신의 실천은 바람직한 문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민족으로 정신사적으로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는 여력을 보여주는 열정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실증적인 문화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문학을 취미활동으로 하는 사람들의 허명 의식을 자극하고 문인으로서의 자격 미달의 습작기 문학 취미 동호인들을 근대 초기 문예지에서 유명 문인들의 추천제로 문인을 등단시킨 형식을 빌려와 마구잡이로 문예지를 만들어 문인 칭호를 부여하고 이를 공식적인 중앙문인단체에서 회원으로 입회시켜 가짜를 진짜 문인으로 인정해준 데에서 문인단체의 위상이 추락했고, 엉터리 문인들이 문인단체를 통해 사욕을 추구한 나머지 고유한 문인의 이미지가 변질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엄격하게 이제 낭송가, 할 일 없는 사람의 여가활동과 일반인들의 취미활동 또는 문학을 빙자하여 돈벌이 수단이나 자신의 허명 의식을 과시하려는 속인들의 허례허식과 문인으로 신분 세탁하려는 사람들에게 얼마간의 찬조금이나 자신이 문인임을 홍보할 발표된 문예지를 필요 이상 구매하는 조건으로 가짜 문인 칭호를 주는 돈벌이용 속물 문예지들이 우후죽순처럼 물화 된 문화현상이 혼탁한 문학과 예술계의 위상을 추락시켜 문학 본연의 정화 기능을 상실해 버린 상태가 되어버렸다.
혼탁한 문인들의 실태는 정치세력과 결탁하여 지방자치단체나 문화예술재단의 기금으로 도저히 문학작품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국적 불명의 문학작품집이 발간되거나 이들의 문학 놀이 활동을 지원하는 문예 정책으로 전락한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학작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엉터리 문인들이 취미활동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인 영향력을 도외시한체 안하무인의 문학활동이 문인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고, 이들의 탐욕이 도를 넘어서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각종 문학 놀이 자금과 문학상 놀이로 국민의 혈세 낭비, 엉터리 문학비 건립하는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속물적인 문화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정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엉터리 문인들의 탐욕으로 인해 순수하게 문학을 취미활동으로 하려는 사람들과 순수한 문인들까지도 기분을 언짢게 하고, 문학의 대중화라는 위장된 구호 아래 속물적인 탐욕을 채우려는 도저히 문인이라고 할 수 없는 모리배같은 행동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자신을 되돌아보고, 좋은 작품을 써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려는 문인다운 문학정신과 전통을 되살려 나가야 한국 문학이 제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김관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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