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가 이순신승전길을 조성한다면서 합포해전지가 마산 합포인지, 진해 학개인지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합포合浦라는 지명은 신라 경덕왕 이래 마산밖에 없었다. 진해 쪽의 학개는 학포鶴浦이며 합포가 아니다.
이순신 연구의 대가들이었던 노산 이은상과 해군사관학교 조성도 교수가 오래전인 1980년대에 합포해전지는 마산 산호동(내서면 산호리) 일대라고 비정(比定)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일부 연구자들이 임진왜란 당시 있지도 않았던 지명인 진해 학개를 합포해전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해 학개는 10가구도 안되는 작은 마을이 생겨난 시기가 1950년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2021년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학술지에 '합포해전지 위치 비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게재하여 합포해전지는 마산만 일대라고 밝혔다. 그러나 진해 학개를 합포해전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하나 없으면서, "이순신함대가 신시(오후4시)에 거제도 영등포(장목면 구영리)에서 추격하여 도달할 수 있는 장소는 학개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옥포파왜병장에 나오는 "웅천지합포(熊川地合浦)" 외에 어떠한 사료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내가 배를 타봐서 아는데, 마산은 아니다" 등등의 경험론과 상황론만 제기하며 진해 학개를 합포해전지라고 주장한다.
조선 중기에 경상도관찰사를 지낸 이민구는 마산 월영대를 방문하여 “둔영(경상우병영)을 임한 합포에서 왜적을 물리쳤다. 고운(孤雲 최치원)은 멀리 해곽을 떠났지만, 옛 누대(월영대)에 찬 달만 남았네(屯營臨乎合浦兮 曾習流而九伐…孤雲遠以海廓兮 留古臺之寒月)”라고 했다. 개인 문집인 동주집(東州集)에 이런 내용을 남긴 이민구는 ‘지봉유설’을 쓴 실학자 이수광의 아들이다.
나는 경남문화시민네트워크(사무국장 조현근)와 함께 2020년 6월과 7월 2회에 걸쳐 요트를 타고 거제도 영등포에서 마산 산호동과 진해 학개, 구산면 남포까지 판옥선의 속도로 항행하면서 합포해전지는 마산만 안쪽 산호동 용마산공원 아래임을 밝히는 실측 검증까지 했었다.
이순신 장군은 낮이 긴 하지 무렵인 1592년 양력 6월 16일 오후 4시경 거제도 북단에서 추격전을 펼쳐 오후 7시 전후에 마산 합포에 도착하여 적이 버리고 육지로 올라가버린 적선 5척을 쉽게 불태워 없애고, 밤을 타고 노를 재촉(乘夜促櫓)하여 창원땅 남포(구산면 난포리) 앞바다에 도착하여 진을 치고 밤을 새웠다.(至昌原地藍浦前洋 結陣經夜)
만약 거제도 영등포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8km 정도 거리의 진해 학개로 갔다면 어두워지기 전인 저녁 8시 이전에 남포에 도착했을 것이며, 밤중에 노를 저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주장을 하자, 반대론자들은 이순신함대가 신시(오후 4시 전후)에 출발했다는 자신들의 이전 주장을 수정하여, 출동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유시(오후 6시)에 출발했을 것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기록인 임진장초 옥포파왜병장(玉浦破倭兵狀) 어디에도 유시에 출발했다는 내용은 없다.
마산이 합포라는 사료는 삼국사기, 고려사, 경상도지리지, 연려실기술, 경상도읍지,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차고 넘친다. 동여도, 해동지도, 청구도,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많은 고지도도 있다. 그러나 진해 학개鶴浦가 합포라는 사료는 눈을 닦고 찾아봐도 전무하다.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합포해전지 위치에 대한 정확한 고증부터 해놓고 이순신승전길 조성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국가유산청과 함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학술세미나와 학술토론회를 열어 논란을 종식시킨 후에 사업을 추진하기 바란다.
이순신전략연구소장 이봉수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