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피맛골 열차집 (68)
보름달 같은 빈대떡에 시큼한 막걸리 한잔
격렬한 욕망 뒤에 숨은 감정은 아낌없이 소비되고
마약을 끊은 사람처럼 연신 막걸리에 몸을 적시면
벌겋게 달아오르는 피는 호흡을 타고 뇌까지 와서
기억을 관통했던 추억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꺼내와
종로 피맛골 열차집 주점 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치네
밴댕이 속알딱지가 된 우리들의 늙은 시간은
다 잊혀져 없어진 서운한 감정을 폭발시키다가
뒤틀어진 기억 속에 숨은 미움을 팍팍 털어내다가
더 험악해지면 막걸리를 쭈욱 들이키며 헤헤 웃고 만다네
막걸리의 도파민 마법에 젖어 사는 도시의 사람들
더러운 성질로 세상의 풍파를 이기고 돌아온 탕자처럼
살아있는 감정의 변덕스러움도 경배하고 싶어진다네
낡아서 헤진 영혼을 사로잡을 강력한 최음제를 찾아
열차집에 모여 말라비틀어진 존재의 뼈다귀를 핥는다네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