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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잠
아슴아슴 오후가 뽕나무에 걸터앉았다
검붉은 노을을 한입 가득 오물거리는 소녀
기울어진 햇살을 잡아당겨 일찍 잠이 들었다
가벼워진 하루를 매단 뽕잎이 살랑거렸다
눈썹이 올라간 소녀의 미감 안에서 누에가 이령으로 가고
잘록한 달이 뽕잎을 잘게 썰고 있었다
꾸벅이는 초저녁을 재우는 자장가를 들으며
네 번의 꿈속에서 소녀는 뽕나무 잎처럼 자라고 있었다
적요에 놀란 별들이 홀로 빛날 때
입꼬리가 묘한,
비단을 휘감은 섶에서
소녀는
어린 잠이 조금씩 달아나는 것을 보았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