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 공룡’ 홈플러스의 흔들리는 발걸음
한때 국내 대형마트 업계를 주도했던 홈플러스가 위기에 빠졌다.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홈플러스는 과거의 명성을 잃고 점차 쇠퇴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유통업계를 선도하던 홈플러스가 오늘날 구조조정과 매각설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 기사는 홈플러스 위기의 원인을 ▲사모펀드의 경영 방식 ▲온라인 쇼핑의 성장 ▲무리한 점포 매각과 인력 감축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사모펀드의 경영 방식, 홈플러스 위기의 시작
홈플러스의 위기는 2015년 MBK파트너스가 영국 테스코로부터 회사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홈플러스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를 차지하며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했지만, MBK파트너스의 운영 방식은 장기적인 성장보다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한 후 단기간 내 기업 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한다. 홈플러스 역시 이러한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후 적극적인 점포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를 배당금으로 돌려주면서 단기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문제는 이러한 운영 방식이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핵심 상권에 위치한 점포까지 매각하면서, 홈플러스는 스스로 고객과의 접점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브랜드 충성도가 낮아지고,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홈플러스의 매출 감소는 가속화됐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 대형마트의 설 자리 줄어든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단순히 경영 전략의 실패뿐만 아니라 유통 시장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점점 더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과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형마트는 더욱 큰 도전에 직면했다. 기존에는 신선식품과 대량 구매가 대형마트의 강점이었지만,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새벽배송과 빠른 배송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장점을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홈플러스 역시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소형 마트)와 온라인 배송 시스템을 확대하려 했지만, 다른 경쟁업체보다 늦게 대응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소비자들은 이미 쿠팡과 같은 익숙한 플랫폼에 적응한 상태였고, 홈플러스의 온라인 서비스는 그만큼 차별성을 갖지 못했다.
무리한 점포 매각과 인력 감축, 홈플러스는 어디로?
홈플러스는 사모펀드의 경영 전략에 따라 지속적으로 점포를 매각하며 운영자금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점포 매각은 단기적인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는 유리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기업의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파워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특히, 2021년에는 서울 목동, 인천 연수, 경기 안산 등의 대형 점포를 매각하며 많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핵심 점포가 사라지면서 해당 지역 고객들이 대체할 다른 대형마트로 이동했고, 이는 홈플러스의 고객층 이탈로 이어졌다.
게다가 인력 감축 역시 문제를 심화시켰다. 홈플러스는 2020년부터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수천 명의 직원들을 감축했다. 이에 따라 고객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었고, 이는 다시 고객 만족도 하락과 매출 감소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홈플러스, 재도약 가능할까?
홈플러스는 한때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기업이었지만, 무리한 인수합병과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중심 경영, 온라인 시장 변화에 대한 늦은 대응이 겹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시장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반등이 쉽지 않다. 대형마트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가운데, 홈플러스가 기존의 점포 중심 전략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을지가 향후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다.
대형마트의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홈플러스가 이를 극복하고 다시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