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실존적 고찰

이태상

혼자라도 완전체가 돼 있어야 완전하게 살 수 있다.”

 

‘바람의 딸’ 한비야와 ‘보스’ 안톤, 이 60대 신혼부부의 3년간 실험적 신혼생활 에세이에 적혀 있는 말이다. 기혼자이든 미혼자이든, 이혼자든 졸혼자든, 우리 모두 깊이 새겨볼 말이 아닌가.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자가 격리상태에서 부부간의 불화로 아니면 혼자 고립된 고독감을 느끼는 모두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이 실존적 고독감을 극복하고 모든 사람 아니 우주 자연 만물과 혼연일체가 될 수 있을는지 고찰해 보자.

 

1. 자중자애가 자아완성

 

“너 자신을 외면한 자비심으로는 부족하다.” 몸소 실천하면서 불교사상을 서방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미국인 잭 콘필드 (1945 - )의 이 말은 ‘자선은 집에서 생긴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자선은 집에서 생긴다는 말은 영국 소설가 챨스 디킨스(1812-1870)의 작품 ‘마틴 차즐윗’(1943)에 나오는 “자선은 집에서, 정의는 이웃에서 비롯된다”는 데서 유래했다. 

 

이 말을 ‘자선은 내 일이고 정의는 남의 일’이라 나부터 잘살고 볼 일이고 법 따위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랑은 가정에서 정의는 사회에서 시작된다고 이해할 수 있으리라. 어쩌면 이 말은 영국의 성직자 토마스 풀러 (1608-1661)의 “자선은 집에서 출발하지만 집 안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좀 달리 표현한 것 같다. 이를 두고 동양에서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고도 했다. 미국의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 (1924-1987)의 다음과 같은 말을 깊이 되새겨 보자. 

 

“아뿔싸! 반론의 여지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다 저렇다 할 만큼 행동조차 하지 않지만, 전무후무할 기적처럼 지상의 천사 같은 존재로 태어난 한 사람 한 사람을 우리는 소중히 대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동시에 믿기지 않을 만큼 천하의 괴물로 변해버린 악마 같은 이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야말로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의 메시지가 아닌가. 이 메시지를 미국의 휴스턴 대학 사회 복지대학원 석좌교수 브레네 브라운(1965 - )은 단지 두 문장으로 요약했다. “감정이입의 공감은 수치감의 해독제다. 수치심에 괴로워 몸부림칠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말은 이 두 글자 미투이다.” 그건 그렇다 하고 영국의 코미디언 스티븐 프라이 (1957 - )의 다음과 같은 말 한마디에서 우리는 더할 수 없는 위로와 위안을 얻고 고무되지 않을까. 

 

“고양된 자의식, 거리감, 동조 불가능성, 물리적이고 신체적으로 느끼는 모멸감이나 수치심, 자기혐오, 이런 것들이 다 나쁘지만은 않다. 이 악마들이 내 천사들이기도 하니까. 이들이 없었다면 결코 내가 언어라든가, 문학이라든가, 정신이라든가, 웃음이라든가 하는 나를 만들기도 하고 해체하기도 하는 광적인 몰아의 경지에 빠질 수 없었을 것이다.”

 

2. 반쪽이 아닌 온쪽이리

 

뉴욕타임스지에 중국 우한이란 곳에서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란 기자가 보낸 기사를 내가 좀 간추려 본 것이다.

 

키안 리쿤은 모범적인 대학생으로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에게 한눈을 팔거나 하는 일 없이 열심히 공부도 잘하고 달리기 경주에도 나간다. 다만 키안 씨는 다른 일반 대학생들보다 다섯 배나 나이가 많은 백 하고도 두 살이다. 키안 씨가 다니는 노인대학교는 중국 양자강을 끼고 있는 주요 도시 우한에 있는데 학생 수가 8천이다. 5년 전에 설립된 이 학교는 지난 8년 동안에 중국에서 생긴 8백여 노인대학 중의 하나이다. 중국에는 전통적으로 경로사상이 있어서인지 아직은 후진국인 데도 노인들을 위한 국가적인 배려와 시책이 놀랍고 인상적이다. 의지할 자녀가 없는 노인들을 위해서는 그들이 살 ‘노인의 집’이 마련되어 있고 부락이나 도시마다 은퇴한 시민들의 건강과 오락 및 교육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있다.

 

“노인들이 스스로를 도와 가족이나 사회에 덜 의존하도록 돕고 나아가서는 그들이 더욱 사회에 공헌하며 노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한대학교 부총장인 루 지안예 씨는 말한다. 이 대학교에서는 미술, 디스코 춤, 서예, 브리지 카드놀이, 요리, 영어, 문학, 노인의 건강 등 123과목을 가르치는데 한 학기 학비가 미화로 5달러도 안 된다. 이 우한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학교를 못 다녀 문맹인 할머니들을 위해 글 가르쳐 주는 곳이 곳곳에 있다. 

 

11억이 되는 중국 인구 가운데 은퇴 나이인 남자의 경우 60세 여자는 5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1억 1천 5백만 명에 달하고, 베이비붐 세대가 장성하고 가족 계획으로 신생아의 수가 줄어듦에 따라 전체 인구 가운데 노인 인구 비율이 앞으로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대부분의 중국 노인들은 자식들과 같이 살면서 손자 손녀들을 보살펴 주어야 하므로 애들 부모가 일 나가고 애들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에 노인대학교 수업을 받는다. 게다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시내 각 주택가에 13개의 분교가 있다. 그리고 학교 운영은 주로 시정부 예산으로 하며 교수진은 근처 정규대학 교수들이 적은 보수로 봉사하고 있다.

 

“교과 수준은 물론 정규대학보다 낮고 또 깊이 들어가지도 않으나 노인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이 있고 학구열이 높은 까닭에 정규대학 학생들 가르치기보다 더 흥미롭다.” 

 

한 노인대학교 분교에서 중국 문학을 가르치는 주우 씨는 말한다. 그의 학생들 가운데 가장 근면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바로 102세의 키안 씨다. 은퇴한 영농연구원인 키안 씨는 매 수업시간을 위해 미리 예습도 잘해오고 수업시간 중에는 그의 날카로운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단다. 

 

“당나라 시대 수준으로는 이 시가 별로이지만 오늘날 볼 수 있는 어떤 현대 시보다 우수하다”

 

이렇게 수업 시간에 선생님 주 씨가 칠판에 써놓고 강의하는 시 한 수에 대해 키안 씨가 평하더란다. 키안 씨는 혼자서 학교에 걸어 다니고 선생님의 강의를 따라갈 정도로 잘 듣고 본다. 그가 노인대학교에서 처음 들은 강의 과목은 노인건강관리였는데 몇 달 전에 백 살로 세상 떠난 그의 부인과 건강이 안 좋은 그의 81세의 딸을 보살피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키안 씨는 말한다. 

 

지난봄에 이 노인대학 체육대회 때 3백여 명의 노인 학생들이 2.3 마일 코스를 뛰는 경주에 키안 씨도 끼어 절뚝거리면서도 중도에 탈락하지 않고 끝까지 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단다. 전통적인 한시를 좋아한다는 키안 씨에게 그의 애송시를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옛 한시를 그는 암송했다.

 

오늘 아침 구름은

한 모숨 안에 들 것 같고

바람은 살랑살랑 가볍기만 한데

연못가를 거닐자니

꽃과 버들이 날 반겨주네.

지나는 사람들은

내 가슴 속에 샘솟는

이 기쁨을 모르리.

난 장난치는

어린아이 같으니.

 

이 기사를 쓴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씨는 그의 칼럼에서 젊은이들과 나누고 싶은 ‘성공의 네 가지 비결’을 밝혔다.

 

첫째로 학문 중에 경제와 통계 수업받는다. 

둘째로 자신보다 큰 대의를 추구한다. 

셋째로 배우자를 잘 선택한다. 

넷째로 안일함을 피한다. 

 

이제 인생 80대 고개에 올라 젊은이들과 나누고 싶은 나의 깨달음이 있다면 한 마디로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라’일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애당초 난 ‘반쪽’이 아닌 ‘온쪽’이라는 말이다. 남녀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그렇다는 뜻이다. 청소년 시절 한 송이 코스모스 같은 소우주를 짝사랑하다 실연당하고 잃어버린 나의 다른 ‘반쪽’을 찾아온 세상을 헤매 결혼도 세 번이나 해보면서 다 늦게서야 나 자신이 대우주의 축소판임을 알게 되었다. 반쪽이 아닌 온쪽으로써 자족할 수 있음을. 어쩜 이것이 바로 석가모니가 태어나자마자 7보를 걷더니, 한 손을 하늘로 쳐들고 다른 한 손은 땅을 가리키며 외친 말이었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중자애하는 것이 곧 우주만물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게 아닐까.

 

3. 어떻게 코스미안이 될 것인가

 

자멸과 공멸로 치닫고 있는 좌파다 우파다, 진보다 보수다하는 이념 분쟁, 흑백의 인종주의, 옳고 그르다 하는 선악관, 남존여비의 성차별주의, 선민주의, 이방인주의, 귀족주의 등 온갖 분열과 분파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혀, 게다가 물질문명의 개발이란 허울을 뒤집어쓰고 우리의 모태인 지구생태계 질서를 파괴해 극심한 인공의 불행한 기후변화를 비롯해 코로나바이러스 역병 등 온갖 질병과 비극을 유발해 온 지구인들은 어서 이 모든 멍에를 벗어버리고 자연과 더불어 시급히 공생과 상생을 도모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자면 무엇보다 먼저 우리 모두 이 한없이 경이롭고 아름다운 지구별에 부모의 사랑이란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잠시 머물다 다시 우리의 고향 우주 코스모스로 돌아갈 우리의 우주적 정체성을 깨달아 이 존엄하고 귀중한 자의식을 가져야 하리라. 그러자면 우리 모두 우주 나그네 코스미안으로서 나와 남, 나와 동식광물 따로 없이 문자 그대로 피아일체요 물아일체임을 절감해 그 누구든 그 무엇이든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곧 나 자신은 물론 온 우주 만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임을 깨달아 알아야 하리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

 

작성 2025.03.22 10:34 수정 2025.03.2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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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