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4월 통영항에서
어느 해 4월의 통영항 강구안은
정치망 그물 속을 비워
포근한 봄을 담아 온 고깃배
만삭의 몸 풀어내고 있었다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되었던
한산도 제승당에서
충무공의 서한을 물고
통제영 본부에 닿은
갈매기들 부리로 꾸벅꾸벅
절을 하고 끼륵끼륵 구령 맞추며
학익진 대열로
통영 바다 쪼아 댄다
진군나팔에 따라 바다로
나설 배는 수평선 맞으러
심장을 두드리고
밤새 머무를 배
수병들이 밧줄 묶고 있을 즈음
그곳에 가면
나무젓가락으로 붉은 양념을 뒤집던
추억 잠들어 있다
모태에 얹힌 뽈래기 왕소금 맞고서야
꼿꼿하게 살점을 세우던
지난 일들이 파묻혀 꼼지락거리고 있다
다찌집 간판 불이 어슴프레 희미해질 무렵
주인장이 마지막 안주를 들고 올 때
‘술잔 빈는데 술 안 부꼬 머하노! 칵 한 잔 부삐라’
막소주 꼼장어구이 냄새를 마신 바다
늦은 밤 별들과 함께 안주가 입속으로 걸어가던 걸
허름한 포장마차 속에서
지글지글 굽히던 달빛이
바다에 꼬리를 담근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찢어질 것 같이
비틀거리는 옛 기억들이
흑백사진만으로 가지런히 줄을 서서
삼도수군통제영 깃발을 흔든다
*모태 : 석쇠의 통영 사투리

[김태식]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온마음재가센터 사회복지사(현)
울산신문 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해양문학상 논픽션 소설 당선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 wavekt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