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손홍규의 '지루한 소설만 읽는 삼촌'에서 보는 자기 선택

민병식

손홍규(1975 ~ ) 작가는 전북 정읍 출생으로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사람의 신화', '봉섭이 가라사대', '톰은 톰과 잤다', '그 남자의 가출',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 '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 '이슬람 정육점', '서울', '청년의사 장기려', '파르티잔 극장' 등이 있다. 수상실적으로는 제비꽃 서민소설상, 노근리 평화 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이상문학상, 김정한 문학상 등이 있다.

 

나, 아버지, 어머니, 삼촌, 누나가 한집에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가정을 위해 돈을 벌어오기에 바쁘고 어머니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한다. 아이 들을 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정도로 우울증이 심했던 어머니에게 삼촌은 무뚝뚝한 아버지가 못하는 정서적 위로를 해준다. 우울증으로 가출한 어머니가 갈 곳은 동네 놀이터밖에 없었다. 친정으로 갈 수도 없었고 지방에서 상경한터라 친구도 없었다. 

 

삼촌은 아버지의 이복동생이었다. 그러니 가족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출했고 갈 곳은 동네 놀이터밖에 없었다. 그때 아버지가 삼촌을 찾아 놀이터에 왔고 어떤 아이가 삼촌에게 욕을 하면서 싸움이 붙는다. 그때 아버지는 내 동생 건들면 다 죽는다고 소리치며 악을 썼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며 어머니에게 해주며 소리 없이 흐느끼고 어머니는 위로를 받는다. 아버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있을 시간이 없었고 어머니에게도 살갑지 못했다. 그러나 아내와 가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했던 따뜻한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어머니에게 전달해 준 것이다. 

 

삼촌의 여자 친구는 ‘희숙’이라는 사람인데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감시를 받고 있었다. 아버지는 삼촌에게 그녀와 헤어지라고 했지만, 삼촌은 말을 듣지 않았다. 삼촌은 희숙과 조직의 은신 자금을 대기 위해 자기 몫의 유산을 받아쓰고, 조카('나의 누나)의 결혼자금까지 빌려다 쓴다. 삼촌은 희숙을 사랑하지만, 희숙은 노동운동 때문에 바쁘고 삼촌은 희숙은 비가 많이 오던 날 공장에서 감전되어 죽은 후 유품처럼 남기고 간 지루한 소설만 읽으며 이제 ‘나’의 집에 오지 않는다.

 

‘나’의 가족에게 비치는 삼촌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정신 못 차리고 여자에게 미쳐 집 나간 동생으로 보일 수도 있고, 세상에서 둘도 없는 따뜻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며 또 사랑하는 여자에게 모든 것을 준 순정파 남자로 보일 수도 있고, 죽은 여자 친구 때문에 지루한 소설만 읽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이 존재하고 사랑도 마찬가지다. 어떻든 간에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어떠한 사람의 삶에 대해 성공과 실패를 정의하기 전에 그 사람이 스스로 선택한 삶이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이에게 행복한 삶으로 보일 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아닐 수 있고 어떤 이에게 초라해 보일지라도 당사자는 만족한 삶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촌의 사랑은 어떤 것이었을까. 삼촌이 선택한 삶의 전부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삼촌은 지루한 소설을 읽는 것이 행복했을 것이고 지금도 행복할 것이다. 삶은 자기 선택이다.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5.04.23 11:03 수정 2025.04.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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