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길

전승선





 

 

 

 

말이 없는 그가 바람의 그물을 깁고 있는 밤

고독은 살아있는 가난만큼 몰려와 빈 술잔을 흔들어댄다.

언어의 반역에 시달리다 죽어간 어제는

관념 속으로 쓸쓸히 사라져 가는데

거리마다 겨울밤이 초라한 풍경으로 흐른다.

살아서 바람의 그물을 깁던 그의 기억 문이 열리면

나는 한없이 사소한 추억들을 불러와

깊고 간절한 마음이 가 닿을 곳에 뿌려 놓는다.

살아있는 고독만큼 가난한 빈자리로

먼 기억의 말이 없는 그가 온기로 들어서고

나는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아파할 사랑 앞에

바람의 그물을 깁는 그의 손을 어루만지며

행이나 불행 따위를 나누는 일을 그만 둘지 모른다.

윤회의 언덕을 넘어 영혼의 정거장을 스쳐 지나가는

말이 없는 그와 그의 손을 잡은 내 발걸음 위로

낙원동과 낙원동 사이의 세상은 한없는 고립이다.

 




전승선 기자
작성 2019.10.12 09:03 수정 2019.10.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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