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서양육갑 어서 졸업할 일이다

이태상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 보도에 따르면 미국 NBC 방송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의 녹화 현장에서 ‘초대 심사위원’으로 나선 레노는 제작 프로듀서 사이먼 코웰의 반려견 그림을 보며 “한식당 메뉴’에 있는 음식과 닮았다는 ‘농담’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인종차별로 미주한인위원회((CKA)는 물론 미국인 정의 증진(AAJC) 등 아시안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NBC에 레노의 퇴출을 촉구했다고 한다. 

 

우리 냉철히 한번 따져보자. 육식을 하는 한 우린 모두 ‘식인종’과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설혹 채식만 한다 해도 식물도 ‘느낌이 있는 생물’이라는 생물학자들의 주장을 믿는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인종주의자’가 아닌가. 어렸을 때 읽은 동화였는지 콩트가 평생토록 잊혀지지 않는다. 의인화한 바퀴벌레 가족 이야기다.

 

여러 해 전에 돌아가셨지만, 언젠가 나보다 열 살 위의 도(道) 닦던 형님이 서울에 있는 조계사에 들러 청담 스님과 더불어 여러 가지 토론하셨다고 한다. 한 참 열띤 토론 끝에 더 이상 말로 이야기가 될 수 없자 형님이 한 스님보고 수고스럽지만, 뒷간에 가서 똥물 한 바가지만 퍼갖다 달라하시고는 바가지에 담긴 똥물을 천천히 쭈욱 다 들이키셨단다. 모르긴 해도 그 자리에 있던 스님들은 하나같이 옛날에 원효대사께서 해골바가지에 고인 빗물을 마시고 크게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일화를 생각하게 되었으리라.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선도 악도 없다. 사람의 생각이 선도 악도 만든다.’라고 했다는 것처럼 형님도 세상에 깨끗한 것도 더러운 것도 없다는 것을 말 대신 행동으로 역설하신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절대적인 선도 악도 없는데 사람이 제멋대로, 편리한 대로, 형편 따라 선이니 악이니 하며 아전인수식으로 억지 부리고 우겨온 것 같다. 특히 서양의 기독교에서 악마니 천사니, 흑이니 백이니, 선민이니 이방인이니, 기독교 신자가 아니면 죄다 구원받지 못하고 영원히 저주받을 이교도로 낙인찍는가 하면 하나님이 인간을 위한 제물로 다른 동식물 자연 만물을 창조하셨다느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천하의 얌체 같은 소리를 벌써 몇천 년째 해오고 있지 않은가? 

 

기독교인들이 식탁에 앉아 일용할 양식을 주셨다고 하나님이나 주님께 감사 기도할 때 식탁에 오른 제물들 입장에서 보면 이 얼마나 가증스러울까. 이는 마치 해적이나 강도, 강간범들이 실컷 노략질, 강도질, 계집질해 놓고, 저희들 운수 좋았다고 저희들이 섬기는 귀신한테 고사 지내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어디 그뿐이랴. 서양 사람들이 예수의 상징이란 양고기를 즐겨 먹으면서 동양 사람들이 개고기 먹는다고 야만이니 동물학대니 떠들어 대는 것이나, 저희들이 믿는 것은 종교요 신앙이고, 다른 사람들이 믿는 것은 사교나 미신이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가 쓴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같이 배고파 빵 한 쪽 훔쳐 먹어도 평생토록 벌 받는 세상에 전 세계 땅덩이를 거의 다 훔치고 약탈하며 천하의 못된 짓은 다 해온 자들이 대속한다는 예수의 피로 속죄받아 지옥에 안 가고 천당 가겠다는 발상부터가 너무너무 뻔뻔하고 가소로운 서양 사람 기독교인들의 ‘육갑’ 아닌가?

 

그보다는 우리 동양의 음양오행설의 이치가 훨씬 더 자연스럽고 무리가 없는 것 같다. 어두운 밤은 밤이고, 밝은 낮은 낮이지, 어떻게 어둠은 악이고 빛은 선이라 할 수 있으며, 산은 좋고 계곡은 나쁘다 할 수 있나? 그래서 하는 천(天) 자, 천국이니, 땅 지(地) 자 지옥이란 말이 생겼는지 몰라도, 남자는 선이고 여자는 악이란 말인가? 세상에 어둠이 없으면 빛도 있을 수 없고, 여자가 없으면 남자도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둘이 서로 보완하고 서로에게 절대불가결인 동전의 양면 격인데 어쩌자고 이쪽 아니면 저쪽, 나 아니면 남, 백이 아니면 흑이라 하는가? 

 

이런 유치한 억지놀음인 ‘서양육갑’에 ‘골빈당’처럼 맞장구치지 말고 우리 동양고유의 ‘음양육갑’ 떠는 것이 천만 배 낫지 않을까? 그리고 고양이가 쥐 사랑하듯 이웃사랑 하는 대신 이웃을 존중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이 창조되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인간 특히 서양의 백인, 그중에도 유태인들이 저들 형상대로 저들 하나님 여호와를 만든 것임이 분명하다. 

 

파는 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창녀나 장사꾼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좋든 싫든 뭔가를 팔아먹고 산다. 육체노동이든 정신노동이든 감정노동이든 노동을 파는 것이 노동자라면 예술을 파는 것이 예술인이고, 법률 지식이나 의료기술을 파는 것이 변호사나 의사라면 하느님이나 귀신 또는 성인, 성자, 예수, 석가모니 등의 이름을 파는 기도 장사꾼이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독교와 천주교에서 성찬식으로 예수의 살과 피를 상징한다는 빵과 포도주를 나누지 않는가? 그렇다면 예수야말로 인류의 대속(代贖)을 위해서이건 아니면 그의 과대망상증에서였건, 또는 예수 자신의 꿈보다는 기독교인들의 이기적인 해몽의 까닭이든 간에 어떻든 제 몸을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오래도록 팔아 온 남창 중의 남창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 어서 ‘서양육갑’ 졸업할 일이어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

 

작성 2025.04.26 10:21 수정 2025.04.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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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