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헌식의 역사칼럼] 『난중일기』에 기록된 제포만호 주의수와 조라포만호 정공청

윤헌식

정유재란 시기인 1597년 9월 16일 통제사 이순신 휘하 조선 수군은 울돌목에서 판옥선 13척으로 일본군 130여 척과 싸워 역사에 남을 승리를 거두었다. 일본군의 역습을 우려한 조선 수군은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여 고군산도에서 잠시 머물다가 곧 다시 남하하였다. 10월 9일 전라우수영에 이른 조선 수군은 일본군이 전라도 해남에 진을 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10월 13일부터 해남 일대에서 본격적인 군사 활동을 시작하였다. 당시 『난중일기』 기록은 당시 해남으로 군사 활동을 나갔던 조선 수군 장수들의 이름을 서술하였다. 아래는 그 해당 기록이다.

 

 『난중일기』, 1597년 10월 13일

 

곧바로 순천부사 우치적, 금갑도만호 이정표, 제포만호 주의수, 당포만호 안이명, 조라포만호 정공청과 군관 임계형, 정상명, 봉좌, 태귀생, 박수환 등을 해남으로 보냈다.

 

[원문] 卽令 順天府禹致績 金甲萬戶李廷彪 薺浦萬戶朱義壽 唐浦萬戶安以命 助羅萬戶鄭公淸 及軍官林季亨 鄭翔溟 逢佐 太貴生 朴壽還 等 送海南.

 

​위 『난중일기』 기록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제포만호 주의수와 조라포만호 정공청 두 사람은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 첫째 이유는 명량해전과 노량해전에 참전했을 가능성이 높은 장수들이기 때문이며, 둘째 이유는 그들의 행적을 되돌아볼 수 있는 문화재인 묘지나 유품이 현전하기 때문이다.

 

제포는 경상우수영에 속한 진포였다. 명량해전 직후인 위 『난중일기』 기록에 제포만호 주의수의 이름이 등장하는 점은, 그가 명량해전에 참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포만호 주의수는 『난중일기』 1598년 10월 2일에 따르면 왜교성 전투에 참전했는데, 시기상으로 보아 1598년 11월 19일에 벌어진 노량해전에도 참전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주의수의 신상은 곽재우의 창의 사적을 기록한 『창의록』에 수록된 「화왕입성동고록」, 『신안주씨세보』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보에 따르면 그는 신안주씨 중파(中派) 파조 주인원(朱印遠)의 14대손으로서, 호는 병암(屛菴), 생몰년은 1555~1599년이며, 그의 과거급제 홍패 또한 현전한다. 「화왕입성동고록」에는 주의수의 거주지가 웅천(熊川)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웅천은 지금의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해당하는 지역으로서, 세보에서도 그의 증조부 때부터 조상들의 묘가 웅천에 있었음이 확인된다. 현재 창원시 진해구 마천동에는 문화재자료 제516호로 지정된 절충장군주의수묘(折衝將軍朱義壽墓)가 있다. 

절충장군 주의수묘 전경 - 자료출처: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발간된 『고문서집성 51 –하회 풍산류씨편-』에 수록된 1593년 장계 「치계진주성함곡절장(馳啓晉州城陷曲折狀)」에 따르면 제2차 진주성전투 때 김해부사 이종인(李宗仁, 1556~1593년) 휘하에 있던 주의수(朱義壽)라는 인물이 성이 함락될 때 적의 포로가 되었다가 나중에 도망쳐 돌아왔다고 한다. 『김해읍지』의 「환적」에 따르면 김해부사 이종인은 웅천현감을 지낸 이력이 있으므로, 제2차 진주성전투에 참전했던 주의수와 제포만호 주의수는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종인은 『난중일기』 1592년 8월 27일에도 웅천현감으로 등장한다.

 

​조라포 또한 제포와 마찬가지로 경상우수영에 속한 진포였다. 조라포만호 정공청은 제포만호 주의수와 같은 이유로 명량해전에 참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공청은 『선조실록』 1600년 기사(권127, 선조33년 7월 3일 갑진 11번째 기사)에도 조라포만호로 기록되어 있으므로 노량해전에도 참전했을 것이다.

 

정공청의 신상은 「만력28년경자식년퇴행어신축하문무과방목」, 『경주정씨월성위파세보』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보에 따르면 그는 경주정씨 월성위파 파조 정이기(鄭頤奇)의 16대손이다. 그의 자는 윤백(倫伯), 본관은 경주(慶州), 생몰년은 1563~1648년이다. 그가 임진왜란 때 사용했던 투구, 갑옷, 장갑, 혁대 등의 유품이 후손을 통해 현전하며 국가민속문화재 제38호 정공청유품(鄭公淸遺品)으로 지정되어 있다.

 

​정공청 유품 - 자료출처: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포만호 주의수와 조라포만호 정공청은 정유재란 시기 충무공 이순신 휘하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현전하는 그들의 묘지와 유품은 정유재란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귀중한 문화재가 아닐 수 없다.

 

[참고자료] 

남명학고문헌시스템, 곽원갑(郭元甲), 『창의록(倡義錄)』, 「용사응모록(龍蛇應募錄)」, 「화왕입성동고록(火旺入城同苦錄)」

장서각기록유산DB,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고문서집성 51 –하회 풍산류씨편-』, 「치계진주성함곡절장(馳啓晉州城陷曲折狀)」, 1994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시스템, 「만력28년경자식년퇴행어신축하문무과방목(萬曆二十八年庚子式年退行於辛丑夏文武科榜目)」

『김해읍지(金海邑誌)』의 「환적(宦蹟)」

『신안주씨세보(新安朱氏世譜)』

『경주정씨월성위파세보(慶州鄭氏月城尉派世譜)』

 

 

[윤헌식]

칼럼니스트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이메일 : thehand8@hanmail.net

 

작성 2025.05.09 10:34 수정 2025.05.0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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