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그곳에 가고 싶다′] 삶의 쉼표, 청산도

여계봉 선임기자

 

삶의 쉼표, 청산도

 

 

남도 끝자락 청산도는 

여기저기가 푸른 섬이다 

바다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고, 

산도 푸르고, 청보리밭도 푸르고, 지붕도 푸르다

그래서 청산(靑山)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산허리 한 굽이를 넘어서면 

청보리와 유채꽃이

봄바람에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파도처럼 일렁이는데

 

춤을 추는 푸른 들판의 황톳길에서 

서편제를 흉내 내어

진도아리랑에 맞춰 

어설픈 어깨춤을 추어 본다 

 

 

상서리 돌담을 따라 담쟁이가 기어오르고 

마당의 감나무는 돌담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담쟁이덩굴과 한 몸이 된 돌담길은 

과거로 돌아가는 길이다 

 

 

목섬으로 가는 숲길은 

통째로 낙화한 동백꽃들이 

발 닿는 곳마다 붉게 물들어 

나그네의 발걸음을 더욱 더디게 만들고 

 

햇살이 눈 시리게 부서져 내리는

진산리 갯돌해변에서는 

파도가 전해 주는 

청아한 갯돌의 울림을 한참 동안 듣는다 

 

 

 

고개를 드니 

흰 구름 몇 조각이 둥실 뜬 하늘은 

에메랄드빛을 무한정 쏟아내고 

그 빛을 고스란히 품은 

남도의 바다는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느린 풍경으로 

삶의 쉼표가 있는 청산도 

 

푸른 바다와 

푸른 청보리와 

푸른 다도해의 작은 섬들 

돌담길과 구들장 논 

그리고 이어지는 삶의 사연들 

 

청산도의 숱한 풍경들은 

봄날 실바람처럼 천천히 흘러간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5.05.13 10:28 수정 2025.05.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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