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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숲의 순례자
마침내 바람숲에 이르러서야
고단한 몸을 뉘고 바람소리를 들었네
쓸쓸함은 낮게 흐르며 정맥 속으로 사라지고
한 생애의 낡은 기억도 스스로 사위어가면
저 산을 넘어온 별들이 내게로 달려와
두고 온 세상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네
퀭한 눈을 뜨며 마른기침을 하얗게 쏟아내던
아랫마을 고집쟁이 영감이 황망히 떠나고
주인 잃은 늙은 소도 어디론가 팔려 간 저녁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대
살구꽃이 피면 한 줄 문장으로 내게 와
구절초가 질 때 한 편의 시로 살아나려나.
산머리를 밟으며 올라오는 초승달에게
그리운 이들의 안부를 물었으나
대답 없이 서쪽 하늘로 걸어가고 마네.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