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한국문학은 노래방 문학으로 전락했다. 다시 말해서 문학이 취미나 레저 활동의 놀이문화로 변질되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문인들의 단체는 본격적으로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문인들의 모임이 아니라 문학을 놀이 활동으로 하는 동호인들의 모임으로 변질되었다.
이는 마치 대중들을 상대로 노래를 부르는 본격적인 가수가 아니라 취미활동으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방으로 가서 노래를 부르며 가수처럼 모방행동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문학인들도 마찬가지로 문학작품의 향유자로써 동호인들과 어울려 문학을 놀이로 즐기는 문학놀이꾼일 뿐 창작을 본업으로 하는 전문적인 문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회식을 한 후 2차로 들리는 곳이 노래방이다. 노래방에는 같이 노래를 불러주며 놀아주는 도우미가 있다, 노래방에 가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음향기기가 있고, 선곡을 하면 화면에 노래의 가사가 뜬다. 가사를 모르는 사람도 화면의 가사를 보고 반주에 맞추어 따라 부르며 가수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노래방문화이다. 한 시간당 노래방 사용료를 지불해야 입장할 수 있고, 같이 노래를 부르며 놀아줄 도우미가 필요하면 도우미를 불러달라고 노래방 주인에게 정해진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노래방문화는 일본의 가라오케 문화에서 비롯된 대중적인 향락 문화였다. “가라”라는 말은 “비어 있다”는 뜻의 일본말이고, “오케”는 “오케스트라”를 줄인 일본말이다. 여기서 비어 있다는 것은 “노래가 없다”는 말로 “노래가 없는 오케스트라”, 그러니까 노래는 빼고 반주만 녹음된 테이프를 말한다. 처음에는 반주만 녹음된 테이프로 통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후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손님이 즉석 반주나 기계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어 있는 술집이 생겨났는데 이를 “가라오케”라고 통칭했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대중적인 향락 산업이 1980년대부터 이런 대중적인 향락 소비문화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다가 1991년 초부터는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노래방이 전국으로 번지기 시작했는데, 노래방은 일본에서 유행하던 영상무인반주 시스템인 비디오케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비디오케라는 말은 노래 가사와 반주가 화면과 함께 펼쳐지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모습이 영상화면으로 재생되는 기계를 말하는데, 노래방의 칸막이 실내 공간에 반주기계를 비치해서 노래를 부르며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사용료를 지불하고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곳으로 우리의 생활문화가 되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문학, 예술계도 노래방문화로 점차 변질되어갔다. 청소년기 문학의 감수성에 도취되는 시기에 문학청년, 문학소녀의 꿈을 가지고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 연애편지를 쓰고 시를 읊조리는 시기를 누구나 거치기 마련이다.
노년기에 이르러서 청소년기에 채우지 못한 문학의 꿈을 실현하려는 욕구를 문예지들이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 결과, 문예지들이 노래방문화처럼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들 문예지들은 하나같이 추천제나 신인상 제도를 두어 무책임하게 문인 칭호를 부여해 왔다. 그리고 이들 문예지들을 통해 문인처럼 작품을 발표하고 놀이 활동하는 문인들이 양산되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능력이 부족한 습작기 문학 지망생이거나 문학작품 향유자들이어서 문인 행동을 문학놀이나 문학단체 활동으로 대체하고 있다. 다시 말해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 문인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취미활동으로 문학작품을 향수자이기 때문에 문학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문학단체 소속감이나 임원을 맡아 봉사함으로써 자아 도취감을 느끼며, 문학을 놀이 활동으로 전환하여 문인의 모방행동을 통해 자신을 합리화하고, 문인의 신분을 위장하는데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이러한 그릇된 유사문인 행위를 통해 자아 효능감을 느끼며, 더불어 유사문인으로서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인의 외형적인 행동만을 모방함으로써 노년기에 존경받고 싶은 욕구를 실현하게 되는데, 이처럼 왜곡된 유사문인의 허위적인 자기기만 행위를 합리화함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지 못하고 거짓 문인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학놀이나 문학단체의 감투 이데올로기를 문예지들이나 각 지방의 문인단체들에서 활동함으로써 자신이 가짜 문인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문학과는 거리가 먼 문학 활동을 지역문학의 발전이라는 자기 합리화로 명분으로 문학권력을 행사하는 등 세속적인 가치에 자기 스스로 멍에를 짊어지고 만족감을 느끼고 살아간다.
따라서 문예지들은 이미 신인상으로 문인 칭호를 부여한 짝퉁문인을 고객화하기 위해 문학 동호인 모임을 만들어 조직화하고 이들의 도움으로 영구적으로 문예지를 발행할 수 있는 확고한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정상적인 문예지라면 원고료를 지불하고 문학작품을 게재하여야 하나 엉터리 작품을 쓴 문인을 신인상으로 문인이라 추겨내세운 문인들의 작품을 영구구독자로 구독료를 받거나 오히러 게재료나 조판비 명목으로 받아서 저작권법을 무시하고 작품을 게재하는 문예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문예지 운영자들은 배후에서 이들 종속 문인단체들을 조종하고, 짝퉁문인들 위에서 군림하면서 문학권력을 행사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심지어는 문학의 본질과는 문학 외적인 활동에 주력함으로써 문학놀이꾼이나 속물적인 문인 활동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노래방 경영자 노래방을 찾아온 고객들에게 가수의 꿈을 즉석에 만족시켜 주듯이 문예지 발행자들이 신인상 제도로 문인 칭호를 주고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해주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문예지들은 단골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래방 경영자들이 앞다투어 당신은 우리 노래방에서 인정하는 가수라는 거창한 가수 자격을 부여한 기념식을 개최하고 기념패를 내밀고 유사 가수활동을 권장하듯이 문예지들이 자사에서 등단 칭호를 부여한 유사문인 단골고객을 관리하기 위함으로써 영리적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다.
문인 추천제라는 방식은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토착화한 신인 문학 지망생들을 문인으로 인정해 주는 근현대 변혁기에 문학계에서 문인자격을 인정해 주는 방식이었다. 그런 신인작가들의 문단에 인정 방식을 문예지들이 차용하여 신인상 제도를 통해 무자격 문인들을 문인칭호를 남발하여 문예지들의 영리 목적을 영구 고객을 확보하려는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들 문예지들은 대부분은 유명 문인의 이름만 빌리고 문예지 발행자 임의대로 심지어는 문학작품에 대해 전혀 모르는 발행자가 심사위원이 되어 문예지 신인상에 발표된 문예지를 강매하는 조건이나 문예지 후원금을 내는 조건으로 문인이라는 칭호를 부여하여 발행자 이름으로 상패를 주고 문인으로 활동하게 하는 사이비 문인, 즉 문학놀이꾼들을 대거 양산했다. 쉽게 말해 취미활동의 문학 동호인을 문인이라고 부추겨 엉터리 작품을 자사 문예지에 게재하고 각종 문학행사를 벌리고 있은 것이다. 시화전, 시 낭송회. 문학의 밤, 등 문인이 된 것처럼 놀이문화의 기회를 만들어 영업적으로 홍보하는데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반드시 문학단체를 만들어 문학단체의 감투를 주거나 문예지 편집위원, 운영위원 등의 칭호로 문예지에 밝혀 공명심을 부추기고 거창한 이름의 문학상을 만들어 상금 없는 문학상을 주기도 하는 등 문학놀이꾼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하여 영리적이거나 명리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케이 팝을 세계인들을 열광시키는 가운데 한류바람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이런 케이문화의 근간이 되는 문학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후진국의 문화를 재생산하고 있다면 한류바람은 지속적으로 지구촌을 휩쓸지 못하고 그야말로 한때의 지나가는 바람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크다.
노래방문화는 노는 문화이다. 어렸을 때부터 남과 더불어 놀이 활동을 하지 못하고 경쟁심을 부추기는 교육활동으로 경쟁이 체질화된 국민이 경제적으로 부를 축척했을 때 놀 줄을 모르니 해외여행이나 향락문화, 노래방에 갇혀 노래 부르고 혼자 작품을 쓰는 문학 활동을 가짜문인 자격증으로 문인이 된 것처럼 동호인들끼리 놀 수 있는 문학놀이를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자기과시, 자기 표현활동으로 문인임을 홍보하려는 낭송시, 시화전, 디카시 등의 문학 활동들이다.
문인은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다. 심혈을 기울여 문학작품을 창작하면 독자가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짝퉁문인들은 조선시대 상민이 양반신분을 돈으로 산 것처럼 문예지들이 신인상 제도로 가짜 문인 자격증을 내미는 것으로 문인이 된 사람들이다. 엉터리 일기장 수준의 문학작품을 창작해도 문인으로 당선시켜 문예지 고객화시켰을 뿐인데 이것이 문인 자격증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글을 쓰지 않으면 문인이 아니다. 장롱 면허증으로 운전하다가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문인이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것은 바로 가짜 문인으로 신분세탁을 위해서나 문학 활동으로 다른 사람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속물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문인은 문학 활동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오늘날 문인단체는 대형 노래방을 경영하는 경영주가 되었고, 짝퉁문인들은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듯이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작품을 낭송하거나 작품 쓸 능력이 못 되니 독립해 노래방을 경영하는 업주가 되기 위해 문예지를 창작하고 동료 문인들을 고객으로 영업하는 행태로 변질된 것이다.
귀한 시간을 문인 노릇을 위한 감투놀음, 문학놀이로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자기 스스로 문인임을 자처하고 스스로 높은 위치로 올라가 내려다보려는 어리석은 후진국 형태의 허례허식, 떼거리를 지어 파벌을 조장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문예지원금으로 쓰레기 작품집을 발간하여 품위를 손상시키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노래방문학을 청산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은 위대하다.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오른 대한민국, 한류바람을 타고 세계인들이 한국의 드라마. 영화, 케이 팝. 웹툰 등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저력은 대한민국의 국력이다. 문학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 지신의 치부를 과감히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독자들을 감동으로 이끌어 내는 문학작품을 쓸 수 있는 기본적인 자질을 갖춘 진정한 문인인 것이다. 자신을 속이고 문인처럼 허례허식으로 인생을 낭비하고 비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속물적인 행위는 저급한 후진국민의 행동을 청산하지 못한 유산으로 문화 재생산됨으로써 국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이런 저질적이고 속물적인 노래방문학을 청산할 때이다. 이제부터라도 문학의 기초부터 공부하고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문인으로 거듭날 때이다. 저급한 문화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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