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모내기하는 날

민은숙

 

모내기하는 날

 

 

한창 물오른 봄과 섞은 질퍽한 논

촌부의 구성진 노랫가락이

전신 마사지하는 순박한 들녘

 

틈을 매단 못줄 맞추는 촌부가 익살 던지면

농을 푼 음탕 꽂는 촌부

한 폭의 아침에 비경을 낳는다

 

패인 여름 보조개가 볼 붉히는 

아이는 저리 가라는 걸쭉한 어른들 세상

 

고단한 농부 일상에 품앗이가

때로는 위로 얹고 막걸리 부어

어깨 뽕 탄산에 춤추는 못줄

 

호기심 물린 아이의 부드러운 종아리 살

군침 도는 야들야들한 초여름을

더러운 이빨로 범하는 거머리

 

아지랑이 따라 방정 떨던 순수가

철퍼덕 주저앉은 활달한 엉덩이

부둥켜안은 끈적한 논

졸지에 수지맞고 이게 웬 떡이냐

 

웃음 가득한 들녘에서 침만 삼키는 헛바람

 

절기 중 소만이 가슴에서 빼낸 티라미수

한 조각 퍼즐 맞추고 싶은 오월이

미소를 빚는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

 

 

작성 2025.05.21 09:19 수정 2025.05.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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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