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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나의 스승(56)
빈집에 앉아 고단함을 참아내는 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욕망의 유혹 때문이지
바지 주머니 속 깊이 숨은 부끄러움이
스멀스멀 연기처럼 올라오고 있지만
마음속에 자라나고 있는 결핍을 보지 못했네
타인에게 고통의 책임을 떠넘기는 나는
비참한 세상 동정하지 않고 비웃는 나는
분노가 필요한 순간 분노하지 못하는 나는
고독의 철옹성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고
외로워할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불쌍한 개체
결핍이라는 강력한 최음제로 살아가는 존재
이제 침묵의 틈새에서 시작된 작고 여린 숨결이
다시 깨어나려고 꼬물꼬물 발버둥 치고 있는데
세상아, 조용히 좀 해 생명이 깨어나려고 하잖아.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