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아카시아가 소환한 것들

민은숙

 

아카시아가 소환한 것들

 

 

훅 치고 들어와 어린 시절 꼬마 신랑 내밀고

예민을 떼어낸 표정에

첫정만 가득 들이붓는다

 

마을 이장 댁 새로 들인 흑백텔레비전

초저녁 데생만 마치면 대청마루 분해하는 마술에

스스로 빨려 들어간 동네 사람들

사는 낙 생겼다

흑백이 보여 주는 다채로운 우리네 잔상

 

고된 시골 노동이 말하는 게으른 자는 

한 끼조차 먹을 수 없다

바지런히 몸 축내는 아낙네

시름 덜어줄 화면 뚫고 나온 지난 밤 

잘근잘근 씹히고 난도질당하는 못된 시모와 첩실

 

들로 산으로 장난감 하나 없어도

어린 것들은 모두 퍼주는 탐험 현장이

최상의 건강 놀이터

허공에 공기 된 돌 낚시 반복하고

찔레꽃 줄기는 어린 입엔 새우깡 

달근달근한 칡뿌리 동심을 씹는다

 

날마다 불평 없이 환한 미소로 옷고름 풀어 

품어주는 자연

시골에선 귀한 하얀 소녀

홀딱 빠진 어린 신랑이

홍조 바른 토끼풀꽃 시계 반지로 청혼하고

꽃 훑어 입속에 넣어주면

순수한 연심 받아먹는 시골

동네 언니 아카시아 잎사귀 하나로

사랑한다, 안 한다

동네 오빠 향한 열병에 벌렁거리는 작은 잎맥

사랑을 읊어주는 줄기에 여유 생기면

순식간에 오픈 행사 여는 파마 전문 미용실

오한이 나 부들부들 떠는 이파리들

시술하면 떨군 오후가 잠든다

 

구불구불 신기한 여름 만지고 또 만지면

귀찮아 등 돌린다

 

날마다 새로운 모험 찾아 자연 품으로 

온몸을 던지는 그 시절 동네 아이들

아카시아는 우리가 진정 그리웠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

 

작성 2025.05.28 09:29 수정 2025.05.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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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