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선의 연작詩] 밤의 전사(55)

전승선

 

밤의 전사(55)

 

 

어둠을 뒤집어쓰고 누운 새벽

두개골 틈 사이로 흐르는 눅진한 

비명 소리에 흐물거리던 불면이

단단한 두개골을 깨고 뛰쳐나온다.

이럴 땐 의심 없이 신념의 진통제를

입안 가득 털어 넣고 꿀꺽 삼켜야 한다.

얼어 죽을 고뇌는 아직 얼어 죽지 않고 

간당간당 붙어 있는 숨만 몰아쉬네

이럴 땐 진심이라는 완전무결한

확신의 믿음이 절실하게 필요하지

 
“믿음은 아이러니의 속옷이라네”

 

누군가 내 뒤통수에 대고 속삭였지만

나는 못 들은 척 엉거주춤 일어나

걸신들린 새벽 허기를 채우려고 

전자레인지에 고뇌를 넣고 돌린다.

튀겨지고 있는 고뇌의 비명 소리가

전자레인지에서 전쟁을 일으키지만

지금이야, 뜨거우니까 조심해야 해

얼른 꺼내서 잘근잘근 씹어 먹으면

내장에서 발버둥 치는 고뇌의 심장이여

믿음을 먹고 자란 아이러니의 속옷이여

감정의 파편에 맞아 죽은 어제의 침묵이여 

 

“당신의 고뇌는 장렬히 사망하셨습니다”

 

받아 든 전사증 하나 얼른 챙겨서 

재빨리 도망칠 줄 아는 나는 승리자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

작성 2025.06.02 09:06 수정 2025.06.0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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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