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공원공단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소장 현병관)는 5월 31일 오전 4시경, 출입이 금지된 설악산 서북능선 안산 일원에서 정OO 씨(63세, 남)가 약 10m 아래 절벽으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설악산사무소는 119상황실로부터 구조 요청을 접수받고 즉시 설악산 특수산악구조대를 긴급 소집하였으며, 환동해특수대응단 및 인제소방서 산악구조대와 합동으로 구조 활동을 전개했다. 사고 현장은 차량으로 약 40분 이동 후, 다시 도보로 3~4시간 이상 산행이 필요한 험준한 지역으로, 구조대는 현장에 신속히 접근하는 동시에 날이 밝자 강원소방항공대의 구조헬기를 투입해 오전 6시 30분경 사고자를 수습했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설악산사무소는 사고자 일행이 단체 모집산악회임을 확인하고, 산악회 일행을 태우고 온 버스를 찾기 위해 주요 탐방로 입구를 확인하던 중 인제군 한계리 한계산성분소 입구에 주차된 산악회 버스를 발견하고 버스에서 대기 중이던 산악회 총무를 만나 사고가 발생한 산행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
구조대가 현장에서 접촉한 산악회 총무의 진술에 따르면 해당 산악회는 서울등산000 산악회로 평소 SNS를 통해 서로 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출입이 금지된 비법정탐방로의 산행을 모집하였고, 오늘 산행 역시 약 한 달 전 설악산 태극종주를 목적으로 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산행 참가자를 모집하였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산행은 사고 발생 4시간 전인 5월 30일 24시 서울 사당역에서 45인승 버스에 산행 참가자 40명을 태우고 출발하여 새벽 2시~3시 사이 출입이 금지된 인제군 한계리 모란골이라는 골짜기 입구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였고, 사고자는 산행팀 선두로 산을 오르다 안산 일원에서 10m 가량 높이에서 추락한 것으로 확인 되었다. 무슨 이유로 추락했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현장에 같이 있던 일행을 상대로 경찰에서 조사 중에 있다.
신고를 받고 구조현장에 출동했던 설악산 특수산악구조대는 이번 사고 역시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달라지지 않는 모집산악회의 민낯을 여전히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산악회 역시 출입이 금지된 구간의 산행을 모집하는 것은 물론, 함께 산행을 하다 사고가 발생하여 사망한 사고자를 닉네임(산악회에서 서로 불리는 별명)만 알고 이름도 나이도 몰랐으며, 사고 이후 사고자 구조를 위해 일부 인원만 현장에 남아 신고 후 응급처치를 했을 뿐 나머지 일행은 본인들이 타고 온 버스로 복귀했다. 일행 중 일부는 먼저 버스에 도착 후 아무렇지 않은 듯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다른 일행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김기창 재난안전과장은 “출입이 금지된 지역에서의 산행은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로, 사고 발생 시 구조 활동에도 큰 어려움을 초래한다”며, “산행 시에는 반드시 정규 탐방로를 이용하고, 공식 탐방 정보를 숙지한 후 안전한 산행을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공단은 앞으로도 불법산행 및 모집산행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과 제보 접수를 병행하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