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민 칼럼] 연결된 단절: 잃어버린 공동체의 온기를 찾아서

홍수민

오늘날 우리는 전례 없는 연결의 시대를 살아간다. 손안의 작은 기기 하나면 지구 반대편의 소식까지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과 온라인 관계를 맺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가상 세계에서의 소통은 시공간의 제약을 허물었을 뿐만 아니라, 정보 접근성과 교류의 폭을 혁명적으로 넓혀주었다. 그러나 이처럼 활발한 디지털 연결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사회적 고립'이라는 역설적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외로움을 넘어선 사회 병리 현상으로서, 개인의 정신 건강부터 사회 경제적 안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된다.

 

과거, 우리 사회는 강력한 '공동체 정신' 위에 세워져 있었다. 가족, 이웃, 마을이라는 끈끈한 관계망은 개개인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적 안전망이었으며, 구성원들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생존을 책임지는 공동의 운명체였다. 마을 잔치에서 어울리고 품앗이로 농사를 도왔으며, 동네 어른들이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던 따뜻한 시대였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고 가치관의 변화가 뒤따르면서, 이러한 전통적 공동체는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했다. 핵가족화는 더욱 가속화되었고,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한층 더 파편화된 존재가 되었다. 그 결과, 삶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홀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졌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에게 막대한 편리함을 선사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연결된 단절'을 심화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소셜 미디어 상의 수많은 '친구'와 '팔로워'는 대개 피상적인 관계에 머무르는 한계를 갖는다. 이들은 깊은 공감과 진정 어린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관계를 온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이상적인 삶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기도 하며, 정체 모를 악성 댓글과 가짜 뉴스에 노출되어 심리적 불안정을 겪는 일도 다반사이다. 익명성과 비대면성이 보장되는 디지털 환경은 인간 본연의 상호작용 욕구를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더 큰 공허감과 피로감을 남길 뿐이다. 수많은 메시지와 알림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초연결 시대가 던지는 씁쓸한 역설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고립은 단순히 개인적인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고립은 우울증, 불안 장애 등 개인의 내면에 깊은 심리적 어려움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또한 고립된 개인은 사회 참여율이 저조해지고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약화되면서, 전반적인 시민 의식 저하와 상호 불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히키코모리'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사회적 고립이 이미 우리 사회의 심각한 현실 문제임을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들이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나 질병에 취약한 계층의 고립은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이는 사회 안전망 부재로 인한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건강한 공동체는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구축되지만, 고립된 개인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사회적 자본은 빠르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연결된 단절'의 시대에서 어떻게 잃어버린 공동체의 온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해법은 단순한 '연결'의 양적 증가를 넘어선 '연결의 질' 회복에 있다. 

 

첫째, 개인 차원에서는 의도적인 '디지털 디톡스'와 '현실 관계 형성' 노력이 절실하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 친구, 동료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며 교감하는 시간은 온라인 관계가 줄 수 없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작은 취미 활동이나 학습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진정한 관계 형성의 의미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둘째,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공동체 공간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나 주민 주도형 공동체 사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NGO 등 비영리 단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소외된 이웃에게 직접 다가가 사회적 지지망을 구축하며, 과거의 공동체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맺도록 돕는 핵심적인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셋째,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적 고립 취약 계층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복지 예산을 증액하는 것을 넘어, 사회 서비스 전달 체계를 효율화하고 고립을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하여 포용적 공동체 형성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고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진심 어린 관심과 활발한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타인의 고립을 외면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고립을 방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질적 풍요와 기술 발전의 속도에 발맞추는 동시에, 인간 본연의 필요인 소속감과 유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 시스템과 문화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우리는 단순히 '이어져 있는' 것을 넘어설 때이다. 서로에게 '진정으로 닿아 있는'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진지한 성찰과 적극적인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 그 길 위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개인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진정한 행복과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홍수민]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재학.

'제7회 코스미안' 인문칼럼 대상

'행복울주를 담다' 수필 부문 우수상

'2025 동대문구 문예공모전' 시 부문 우수상

2021년 서울시 동대문구청장 지역사회공헌 표창

이메일: sumcsy@naver.com

 

작성 2026.02.17 11:28 수정 2026.02.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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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