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음성해설 작가 서수연의 20년 여정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각장애인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이 장면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일입니다.”
국내 최초의 음성해설 작가인 서수연은 지난 20년간 7,700여 편의 작품에 음성해설을 제공하며, 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장면을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의 감정을 전하는 일이지요."
2003년,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시작으로 한국 방송사상 최초의 음성해설 작가로 데뷔한 서수연 작가. 그녀는 눈이 아닌 귀로 드라마를 감상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장면을 전달하는 또 하나의 ‘시선’을 제공하는 작가다.
20년 동안 약 7,700편이 넘는 작품에 해설을 더하며, 단순한 나레이션이 아닌 '감정의 흐름'과 '서사의 맥락'을 담아내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왔다. 그녀가 구축한 ‘음성해설’은 단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 그 이상이다. 드라마, 영화,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해설자의 감각은 감독의 연출의도를 또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 되었다.
“대본을 여러 번 읽고, 장면의 분위기와 감정선을 철저히 분석합니다. 해설은 목소리로 그 장면을 다시 연출하는 것이거든요.”
서수연 작가는 스스로를 ‘숨은 연출자’라 부른다. 그녀의 음성해설은 때로는 대사보다도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감정의 고조나 장면 전환의 묘사, 침묵의 의미를 전달하는 섬세한 표현은 해설이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서는 예술임을 보여준다.
이제는 후배 작가 양성에도 힘쓰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화접근성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장애가 있어도 문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기술과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 중 한 명일 뿐이죠.”
서수연 작가는 단순히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시각장애인의 마음속에 장면을 그리는 ‘또 하나의 연출자’이자,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던 공감의 언어를 되살리는 예술가다.
이번 ‘인물초대석’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다이렉트뉴스는 시선이 머물지 못하는 곳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