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떠나도, 물건은 남습니다.
그 남은 것들이, 고인이 하고 싶었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어두운 방 안. 오래된 책상 위에 먼지가 내려앉은 채 멈춰 선 시계.
이곳은 누군가의 삶이 멈춘 자리이며,
김석중 대표는 그 자리를 조용히 정리하는 사람이다.
“유품정리는 마지막을 정리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삶을, 조용히 기리는 일입니다.”
무역업에서 일하던 시절, 그는 한 직원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경험했다.
그 후 처음으로 ‘죽은 자의 방’을 직접 마주했을 때,
“그 누구도 그의 마지막을 정리해주지 않았다”는 현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는 묵묵히 이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누구도 외롭게 떠나지 않도록.
일본의 유품정리 전문업체에서 3년간 연수를 받고 돌아온 뒤,
김석중은 ‘키퍼스코리아’를 설립한다.
그가 정리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삶’ 그 자체다.
“고인의 흔적을 지운다는 건, 유족이 기억을 마주할 수 있게 돕는 겁니다.”
영상 속 그는 어떤 장례식장보다도 조용한 현장을 보여준다.
사진 한 장, 편지 한 줄, 고장 난 라디오.
그는 “하나하나가 고인의 세계였고, 그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건 제 일입니다”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슬픈 직업’이라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떠났다는 건, 누군가의 세계가 사라졌다는 뜻이죠.
그래서 저는 매번 그 세계에 잠시 들어갔다가, 조용히 나옵니다.”
“고독사는 죽음이 아니라, 관심 부족이 만든 사회의 실패입니다.”
영상 중 그는 쓸쓸하게 숨을 거둔 어느 독거노인의 방을 정리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이분은 이름 석 자 알려줄 이가 없었어요. 그게 가장 마음 아팠습니다.”
김석중 대표는 고독사 문제를 단순한 사회현상이 아닌
“관계의 단절”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교육과 강연을 통해 고독사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웃을 살피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엔딩노트는 유언장이 아닙니다. 살아있을 때 전하는 사랑입니다.”
그가 추천하는 ‘엔딩노트’는 살아있는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며 남기는 인생 정리 노트다.
그 안엔 보험, 유언, 디지털 자산 뿐만 아니라
감사한 이들에 대한 메시지도 담긴다.
영상 속 그는 “살아 있을 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가장 아름다운 준비”라고 말한다.
? GDN의 시선
김석중 대표의 이야기는 죽음을 다루는 직업을 넘어,
삶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는 누군가의 마지막을 책임지며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나요? 그리고,
당신 주변의 누군가는 외롭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