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왕실 뉴스를 다뤄왔지만 유독 중동은 조심스러웠던 영역.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석유 위기를 넘어 세계 금융·부동산·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동 왕실의 민낯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 두 손 모으게 한 남자, 무함마드 빈 살만
2022년 11월, 대한민국 재계 총수들이 한 사우디 인물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 사진이 인터넷을 달궜다.
삼성, SK, 현대차, 한화—한국을 대표하는 그룹 총수들이 한 사람 앞에서 다소곳한 자세를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이자 국부펀드(PIF)의 실질적 지배자다.
그가 머물렀던 하루 동안의 숙박 비용만 20억 원, 로열 스위트룸은 하룻밤에 2,200만 원에 달했고, 200명의 일행은 400개의 객실을 통째로 썼다.
그가 떠난 뒤에도 수행원들이 남아 지문과 모발까지 제거하며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빈 살만은 추정 재산만 2,700조 원. 그가 구상한 초대형 신도시 ‘네옴시티(NEOM City)’는 2,050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세계 경제를 뒤흔들 프로젝트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권력의 뿌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 알 사우드 가문, 권력의 중심축
무함마드 ‘빈 살만’은 이름 그대로 ‘살만의 아들 무함마드’, 즉 사우디 현 국왕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의 아들이다.
이들의 가문, ‘알 사우드(Al Saud)’는 1932년 사우디아라비아를 통일하며 건국한 초대 국왕 압둘아지즈 1세에서 시작된다.
그는 죽기 전 “왕위는 아들에게 물려주지 말고 형제 간 연장자 순으로 승계하라”는 파격적인 유언을 남긴다.
이는 44명의 아들을 둔 왕의 지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원칙은 깨졌고, 결국 빈 살만이 권력의 정점에 오르게 된다.
그는 형제간 권력 분쟁의 상처 속에서 단 한 명의 아내와 다섯 자녀만을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권력을 둘러싼 피바람을 막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사우디만이 아니다… ‘왕실 재산 TOP4’ 모두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실 재산은 1,738조 원으로 세계 1위.
그 뒤를 이은 쿠웨이트(484조), 카타르(451조), UAE(201조) 등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중동 왕국들이다.
이들 왕가는 축구 구단(생제르맹, 뉴캐슬 유나이티드), 슈퍼카, 제트기, 세계 명화, 초호화 궁전까지… 사실상 지구 위 모든 부의 상징을 소유하고 있다.
사우디의 ‘알 사우드’, UAE의 ‘알 나흐얀’과 ‘알 막툼’, 카타르의 ‘알 타니’, 쿠웨이트의 ‘알 사바’, 바레인의 ‘알 칼리파’, 오만의 ‘알 사이드’, 그리고 요르단의 ‘하심’ 왕가까지—
이들은 걸프협력회의(GCC)로 묶이며 산유국 왕정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
■ 중동의 견원지간, 사우디 vs 카타르
중동 왕실의 갈등은 빈 살만 대 타밈, 즉 사우디와 카타르의 대립으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카타르는 1995년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가 아버지를 몰아내고 쿠데타로 집권한 후, 사우디 중심 질서에서 벗어난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가장 큰 충격은 1996년 설립된 알자지라 방송국이었다.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왕정의 인권 탄압과 왕족의 사생활을 자유롭게 보도하며 사우디의 분노를 샀고, 결국 2017년 사우디는 주변 국가들과 함께 카타르와 외교 단절을 선언한다.
하지만 카타르는 세계 천연가스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부국으로 성장했고, 202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유치하며 사우디와 맞설 수 있는 중동의 실세로 자리잡았다.
GDN의 시선
중동의 왕실은 단순한 문화 콘텐츠가 아니다.
이들은 전 세계 경제, 외교, 에너지의 헤게모니를 좌우하는 실질적 권력자들이다.
그 중심엔 빈 살만과 타밈, 두 젊은 리더가 있다.
제2의 중동붐이 다시 불고 있다.
그 물결을 이해하려면, 석유보다 더 강력한 왕실 네트워크를 들여다봐야 한다.
다음 편, 타밈 대 빈 살만의 정면 충돌.
더 치열한 중동의 권력사를 함께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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