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 대 피워봤어요. 친구들도 다 피우니까요.”
이 단순한 말 한 마디는 청소년 흡연의 현실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담배를 처음 피우는 청소년의 대다수는 중·고등학생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약 6.7%, 중학생의 약 1.6%가 현재 ‘흡연 중’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적지 않은 수치다.
청소년은 자신이 속한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친구가 피우면 나도 피우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해소 수단으로 흡연을 선택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성적, 가정불화, 외모 압박,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 손쉽게 찾게 되는 것이 ‘담배’다.
더 나아가 청소년기에는 충동 조절 능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다. 뇌 과학적으로도 전두엽이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흡연과 같은 유해 행동에 쉽게 빠지고, 중독되기 쉽다. 이러한 특성을 이해한다면, “요즘 애들이 문제다”라는 말로는 결코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환경과 보호 체계의 문제로 봐야 한다.

"흡연은 만 19세 이상부터 가능하다"는 문구는 무력하다. 편의점에서 신분증 검사 없이 담배를 구입하거나, 온라인에서 인증 우회로 담배를 주문하는 10대들은 생각보다 많다. 판매자의 책임 부족, 시스템의 허술함, 그리고 단속의 한계가 10대를 담배 앞에 무방비로 노출시킨다.
또한, 유튜브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담배 리뷰 영상, '쿨하게' 담배 피우는 모습, 전자담배 언박싱 등이 수없이 퍼지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흡연을 ‘멋’으로 포장하고, ‘자유’와 ‘개성’의 표현으로 왜곡한다. 특히 필터 디자인이나 향, 패키징 등을 젊은 감성에 맞춘 전자담배는 10대를 타겟으로 한 상업 전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흡연구역의 위치와 구조도 문제다. 학교 인근 골목, 학원 건물 뒤편, 심지어 공원에서도 여전히 청소년 흡연이 목격된다. 이는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전자담배와 SNS… 중독의 또 다른 문을 연 기술
전자담배는 안전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청소년에게 더 위험하다. 전자담배는 액상형 특유의 향과 디자인, 쉬운 흡입 방식으로 ‘덜 해롭다’는 인식을 조장하지만, 실제로는 니코틴 농도가 높고 중독성이 강하다.
2019년 미국에서 청소년 전자담배 중독으로 인한 폐 손상 사례가 급증하면서, 세계보건기구는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을 ‘신종 건강 위기’로 규정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금연학회에 따르면,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자는 일반 담배 사용자보다 2배 이상 높은 중독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SNS가 기름을 부었다. 틱톡, 유튜브, 트위터에서 전자담배 챌린지 영상이 조회 수 수십만을 넘기며 유행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신상 전자담배 리뷰’, ‘전자담배 맛 비교’ 등 콘텐츠가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된다. 이런 환경에서 금연 교육은 한없이 뒤처지고 있다.
누구의 책임인가? 가족, 학교,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
청소년 흡연을 개인의 일탈로만 보는 시각은 해결책이 아니다. 부모는 자녀의 감정을 들여다볼 시간도, 여유도 없이 바쁘고, 학교는 금연 교육을 하긴 하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치기 일쑤다. 사회는 ‘캠페인’을 외치지만 정작 흡연을 부추기는 구조는 그대로 두고 있다.
해결을 위해선 몇 가지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가정에서의 감정 대화 교육이 필요하다. 자녀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은 가정의 역할이다.
둘째, 학교는 반복적이고 실질적인 금연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 금연 서약서 한 장이 아니라, 중독에 대한 과학적 교육과 또래 상담 프로그램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전자담배 유통 및 SNS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유해 콘텐츠 차단, 필터링 강화, 청소년 보호 알고리즘 개선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청소년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대화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그들이 처한 현실과 고민을 듣지 않는다면, 담배는 계속해서 그들에게 유일한 해방구로 남게 될 것이다.
불을 끄는 건 제도가 아니라 관심이다
“누가 불을 붙였는가?”
이 질문은 결국 우리 모두를 향한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건넨 것은 단지 또래 친구가 아니라, 방치한 사회 구조일 수 있다. 이제는 금연 캠페인 하나로는 부족하다. 흡연을 선택하게 만든 배경을 바꾸지 않으면, 담배는 계속해서 또 다른 10대의 폐에 연기를 퍼뜨릴 것이다.
우리는 그 불을 꺼야 한다. 그 불은 제도로만 꺼지지 않는다. 부모의 대화, 학교의 진심, 사회의 연대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그들의 폐는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