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비 온 후 갬

민은숙

 

비 온 후 갬

 

 

간밤 탱크가 짓밟고 간 터전에는 

더 이상

희망이 들어오지 않았다

 

소망 찾아 판도라가 뛰쳐나왔다

 

그림자 쪼아먹는 군화가 쉰내 나 

말라죽겠다

 

구겼던 지도 펼쳐 진격하는 꿈

분홍이 발설한 면도날이 그은

자간은

해거름 굴리는 커다란 바퀴에 인수분해되고

뛰어가는 낮에 미분된 글자

 

살려고 바둥대는 꿈 자꾸만 비웃는 덩치가

주석을 지운다

나무 위에서 집 나간 멧비둘기들이

문장만 끼고 있다

 

꼭대기에선 치즈 밟은 고양이가 쥐로 변하고

 

초미립자 입은 밤이 흩어져 책을 덮는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

작성 2025.06.11 10:02 수정 2025.06.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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