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의 비밀: 뇌는 장의 언어를 듣는다
20세기 의학은 뇌를 ‘몸의 사령탑’으로 이해해왔다. 하지만 21세기 생의학은 장을 두 번째 뇌로 재조명하고 있다.
바로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 이론 덕분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장과 뇌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양방향 통신 시스템을 이루며,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은 신경 전달물질 생성, 면역 반응, 감정 조절까지 광범위하게 개입한다.
놀랍게도 인간 체내 세로토닌의 약 90%는 장에서 생성된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조절하는 주요 신경전달물질로, 우울증, 불안 장애 등과 직결된다. 장내 유익균이 풍부할수록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은 원활하고, 염증 수치는 낮아진다.
최근에는 특정 프로바이오틱스가 불안 장애나 우울감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임상시험도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에서는 ‘정신생물학(psychobiotics)’이라는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이는 장내 미생물을 조절함으로써 뇌 건강을 개선하려는 접근이다.
정신 건강을 약물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과 뇌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식단과 장 건강을 개선하는 것이 심리 치료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 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이 아니라, 감정과 사고의 비밀을 품고 있는 정서적 장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