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아, '초모랑마' 대지의 어머니여!

1부 티베트의 심장, 라싸

 

티베트인들은 에베레스트를 '초모랑마'라고 부른다. '신이 허락해야' 그 장엄한 정상을 볼 수 있다는 초모랑마의 베이스캠프를 향해 70이 코앞인 친구들과 함께 설렘 가득 안고 힘든 여정을 떠난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트레킹은 네팔에서 가는 루트를 많이 이용하지만, 티베트 쪽에서 바라보는 순백의 수직 절벽으로 이루어진 에베레스트 북면(north face)의 전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어서 이번 여행은 티베트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티베트 쪽에서 바라본 초모랑마(8,848m)의 북면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3시간 반을 날아서 중국 쓰촨성의 청두 천부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새로 지은 청두 공항은 그 규모가 엄청난데 공항 안에 고속철도, 버스터미널, 지하철, 백화점, 대형호텔, 물류센터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우리는 공항 안에 있는 비즈니스호텔에서 1 박 한 후, 다음 날 일찍 티베트의 라싸를 향해 출발한다. 

 

팬더가 그려진 쓰촨항공 여객기는 청두 공항을 출발하여 티베트의 서울, 라싸로 향한다. 쓰촨성과 원난성의 고원 지대를 통과한 비행기는 세계의 지붕 티베트고원 위를 지나간다.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티베트고원은 평균 고도가 약 4,900m에 달해 우리가 타고 있는 비행기 고도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구름을 머리에 인 설산이 용틀임하며 뻗어 있는 모습과 고원 주변의 드넓은 초원, 그 끝자락에 펼쳐진 푸른 호수들이 어우러지는 장관은 라싸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티베트고원

 

해발 3,650m 황량한 고원의 벌판에 세워진 라싸 공가 공항에 도착하여 트랩을 내리면서부터 숨이 차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하늘과 산천이 뚜렷이 구별되는 라싸의 푸른 하늘 아래에서 내리꽂는 듯한 강렬한 햇살을 맞으며 신선하고 청정한 고원의 공기를 맘껏 들어 마시니 고산증이 어느새 사라진다. 라싸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맑은 공기와 강, 그리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라싸는 지금은 중국 티베트 자치구의 구도(區都)에 불과하지만, 이 도시는 수 천 년 동안 고요하고도 신비로운 매력을 지녀온 '신의 땅'이란 이름을 가진 고도(古都)다. 

 

외계 행성의 황량한 벌판을 생각나게 하는 라싸 공가 공항

 

그렇지만 비자는 면제되어도 여행 허가증을 신청해서 발급받아야 들어올 수 있는 땅. 도심 곳곳에서 군인과 경찰들을 쉽게 볼 수 있어 긴장감이 감도는 곳. 현지 가이드 동반 없이 개인 여행이 허락되지 않는 곳. 어렵게 도착한 티베트 수도인 라싸는 그동안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봤던 옛 라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인구 80만의 라싸는 그동안 외형적으로 상당히 발전해서인지 새 건물들이 도심에 가득하여 옛날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주민들도 한족과 티베트족이 거의 반반이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은 라싸의 날씨다. '태양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라싸의 일조시간은 다른 지역보다 특히 길어서 해가 뜬 이후 거의 내내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열 때문에 순식간에 피부와 입술이 말라온다. 티베트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라싸도 연교차보다 일교차가 더 커서 이곳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하루 사이에 사계절을 다 맛볼 수 있을 정도이다. 

 

티베트에서는 티베트만의 불교문화인 라마 불교와 유려한 자연경관을 접할 수 있다. 우리 일행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모랑마(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가기 위한 고소 적응으로 라싸에서 사흘간 머무르는데, 이 기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티베트의 상징인 포탈라궁, 티베트 불교 성지 조캉사원, 수도승들의 학교 세라 사원 등을 둘러보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고 넓은 도시 라싸에서 꽃피운 티베트의 불교문화를 접하기로 한다. 

 

 티베트의 심장, 포탈라궁

 

1,400년 역사를 지닌 티베트의 심장 포탈라궁을 정면에서 바라보니 그 위용과 아름다움은 에메랄드빛 하늘과 함께 천상의 조화를 이루어 여행객들에게 벅찬 감동으로 다가선다. '포탈라'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의 포탈라카(보타락가, 관음보살이 사는 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토번의 왕 송첸캄포(581~649)는 제국을 황금기로 만든 티베트의 실질적 건국자다. 불교를 받아들이고 문자를 만들었으며, 수도를 라싸로 정하고 포탈라궁을 지었다. 티베트는 당시 나라의 영토 크기가 당나라와 비슷할 정도였으며 당나라 수도인 장안을 점령했을 정도로 국력이 강성했다. 당나라와 토번, 즉 티베트를 잇는 당번고도(唐蕃古道)로 당나라 공주들이 티베트 왕에게 시집을 갔는데, 문성공주도 이 길을 통해 송첸캄포에게 시집을 가게 되면서 당시 불교물품과 불경을 갖고 들어가 티베트에 불교를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 도료인 백마초로 회칠한 포탈라궁의 외벽

 

포탈라궁으로 향하는 높은 계단은 또 다른 고행의 시작이다. 저지대에 비해 63%밖에 되지 않는 라싸의 산소량은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조여오고, 어지러운 고산증을 앓게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티베트인들의 내세를 향한 소원함과 염원은 멈출 줄을 모르고 신 앞에 몸을 던지듯 오체투지를 행한다.

 

포탈라궁은 2,000여 개의 방 중 여행객들에게 공개된 곳은 종교적 업무를 관장하던 훙궁(붉은색)과 달라이라마의 생활공간(황색), 그리고 행정 업무를 집행하던 바이궁(백색)으로 약 300년간 티베트의 정치, 종교의 중심지였다. 이곳에서 정치와 종교를 관장하던 제14대 달라이라마는 1959년 여기서 가까운 여름 별궁인 노블랑카궁에 있다가 중국군의 공격으로 라싸를 떠나 인도의 다람살라로 망명하게 되는 비운을 겪게 된다.

 

달라이라마의 여름별궁 노블랑카 

 

궁정 안은 역대 달라이 라마부터 여러 성인이 모셔져 마치 거대한 박물관처럼 보인다. 황금 으로 만든 만다라와 티베트인들의 존경을 받는 달라이 라마 5, 6, 7세의 영탑은 화려함의 극치다. 사람에 치여 떠밀리듯 계단을 오르는데 입장이 어려운 것은 물론 가는 곳마다 티켓을 사야 하고 궁 내부에서는 절대 촬영금지다. 여행자들이 너무 많아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도, 사진 한 장을 찍을 수도 없어 냉가슴 앓는 심정으로 구불구불한 계단만 돌고 돌다가 밖으로 밀려 나온다. 비록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으로 돌아보았지만 포탈라궁은 그야말로 찬란한 역사 문화의 빛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우리 가을 하늘을 떠올리는 라싸의 푸르른 하늘 

 

라싸 시내 중심지에 있는 조캉사원은 티베트 최초의 라마 불교사원이다. 7세기 중반 토번의 왕 송첸캄포에게 시집온 문성왕비와 네팔의 공주 브리쿠티 왕비에 의해 창건된 사원으로 티베트인들에게 가장 신성한 성지다. '죠캉'은 '부처의 집'을 의미한다. 그 방대한 규모와 화려한 불교 유물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이곳에서 종교가 삶의 전부인 티베트인들의 신실한 불심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바코르 광장 앞에서 오체투지 하는 순례자들

 

사원 앞에 있는 바코르광장은 라싸의 상업중심지로 광장에서 조캉사원을 중심으로 탑돌이하는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며 윤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오체투지를 해 온 불자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곳이기도 하다. 순례자들은 마지막 종착지인 라싸의 조캉사원 앞에 와서 무한히 몸을 낮추고 '옴마니반메흠'을 외치며 순수한 영혼의 구원을 위해 기도드린다. 티베트에 머무는 동안, 내가 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던 것은 그들과 언어가 통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아름다운 영혼을 읽어낼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티베트 최초의 불교사원인 조캉사원

 

사흘 동안 라싸에 있으면서 만난 티베트 사람들은 언어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으로 말한다. 외지인들이 "타쉬탈레"(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해도 그들은 그저 이빨을 씩 드러내며 싱긋 미소를 지을 뿐이다. 티베트 사람들의 그 미소 속에는 깊은 삶의 무게와 가슴 저 속에서 우러나는 영혼이 담겨 있다. 티베트를 진정으로 아름답게 해 주는 것은 티베트 사람들의 맑은 영혼이 담긴 그들의 삶이다. 

 

길에서 미소로 인사를 보내주신 티베트 할머니

 

「티벳 사자의 서」는 우리에게 "덧없는 삶에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라. 자만심으로부터, 무지로부터, 어리석음의 광기로부터. 속박을 끊어라. 그때 비로소 그대는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우리라."라고 가르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죽음에 대한 지침서이지만 이제 초모랑마를 향해 힘든 여정을 떠나는 나이 든 나그네들에게 "삶도 나 자신이 만드는 것이고, 세상도 내가 창조하는 것이다"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라싸는 산 높고 물 맑아라

산은 구름을 부르고 

물은 산과 구름을 품었어라

초모랑마 갈 길은 아득한데 

구름 그림자는 산 위에 걸터앉아 있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5.06.14 10:01 수정 2025.06.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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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