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잠실 아파트 시장의 대장주가 재편되고 있다. 신축 프리미엄이 약해진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대신,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이 추진 중인 주공5단지와 장미아파트가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부동산 시장이 재건축 기대감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주공5단지 전용면적 82㎡는 지난 4월 40억7500만원에 거래돼 송파구 내 국민 평형 아파트 중 최초로 40억원대를 돌파했다. 이후 동일 면적에서 다수의 거래가 40억원 초반에서 이루어지며 '주공5단지=40억 기본'이라는 인식이 자리잡는 양상이다. 이 단지 전용 76㎡도 올해 초 30억원대에서 거래됐지만, 3월 35억원, 5월에는 37억6500만원으로 상승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인근 장미1·2·3차 아파트도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장미1단지 전용 82㎡는 4월 27억9000만원에 거래돼 전월 대비 1억9000만원 상승했고, 장미3단지 전용 134㎡는 두 달 연속 35억원에 실거래되며 지난해 말 대비 약 3억원 오른 가격을 형성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의 주요 원인으로 재건축 호재를 꼽고 있다. 주공5단지는 현재 서울시 통합심의를 받고 있으며, 최고 70층 6491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장미1·2·3차 단지도 정비구역 변경안이 공람 중이며, 최고 50층, 총 5165가구로 재건축될 전망이다. 두 단지를 합하면 약 1만1600가구의 초대형 신축 주거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반면, 기존 잠실 대장주로 불렸던 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 '엘리트' 단지는 가격 상승에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다. 최근 엘리트의 전용 84㎡가 29억~30억원 초반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상승폭이나 시장 반응은 주공5단지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엘리트 단지의 준공 연한이 18년을 넘기며 신축 프리미엄이 희석된 점, 2010년대 고급 재건축 단지와 비교해 커뮤니티 시설이 부족한 점 등을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실내 골프장, 사우나 등 커뮤니티 시설 부재는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리센츠 등 일부 단지는 주민 동의를 통해 커뮤니티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기존 방재실 공간 등을 활용해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 규모의 새로운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하고, 공용 공간을 약 3배 수준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주공5단지는 잠실역과 한강 조망권이라는 프리미엄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며 “장미아파트 또한 향후 미래 가치에서 엘리트 단지를 앞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장소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은 “최근 송파구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매수 부담이 크지만, 토지 지분 가치가 높은 주공5단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몰리는 현상은 이 같은 재건축 기대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