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글자 없는 거리에서

민은숙

 

글자 없는 거리에서

 

 

일탈을 꿈군 네비게이터가 잠적한 날

골동품 같은 그는 어디서 걸어왔는지 길을 잃었다

 

달을 찾는다는 핑계로 숨어버린 길뿐이다

 

그 많던 간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연약한 글자들만 남겨두고

톡톡, 두드리는 울적한 빗방울에

내려앉은 불안이 헤드라이트 조도를 낮춘다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을까

 

정작 간판 없는 것들은

늘 앞에서 달리는 걸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에는 어떤 글자가 사라졌을까

 

거리에는 목 졸린 방향 지시등만 뒤집힌다

밤의 채찍 소리가 꿈을 깨운다

 

나의 일탈은 붉은 엔진부터 꺼졌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

 

작성 2025.06.18 09:43 수정 2025.06.18 10:36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우주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