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서문강 [기자에게 문의하기] /
존재와 비존재 (52)
경전 속에 잠들어 있는 고대의 신은
광야를 흐르는 매서운 바람으로 와서
탄생 앞에 기쁨의 웃음을 허락했고
죽음 앞에 고통의 눈물을 허락했네
멈추지 않는 시간은 그의 신성한 사원
정체성 없는 믿음은 그의 강력한 도구
지금은 노인들의 낡은 지폐 속에 살며
인간성이라는 오류를 감싸안고 위로하네
“괜찮아 슬프면 기대도 돼”
“죽음 이후도 책임져 줄게”
달콤하고 신비로운 말이 구식이 되기 전
육체 없는 휴머니즘으로 신의 자리를 유지하며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완벽한 존재가 되었지만
경전에 갇혀 버린 그은 형이상학적 지위를 잃고
클라우드 어딘가에서 존재를 연산 중이라네
그대는 인간으로 존재하기를 원하는가
그대는 인간으로 실행되기를 원하는가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