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어디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퇴행성 관절염이 있어 뻑하면 붓는 무릎인데 강아지 산책하다가 순식간에 고꾸라져 버렸습니다. 그러니 서있는 것도 무르팍을 바닥에 대고 사족 보행하는 것도 불가해서 목발을 짚고 다닌 게 2년 전 일입니다. 어차피 나이 들어 퇴행성 질환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 여겼지만 부상은 또 다른 문제더군요.
이 정도는 다행인 거라고. 골다공증 수치가 높으니 넘어지면 뼈가 으스러질 거라고. 몸은 50대인데 뼈는 90대라는 의사의 말에 당황했습니다.
몸을 돌보지 않고 정신없이 번 돈은 은퇴하고 나서 건강 챙기느라 다 쓴다는 말이 우스개 소리가 아니었던 겁니다.
잃어봐야 소중함이 절실해진다고 목발 짚고 두 달을 살아보니 두 발로 걸어서 했던 것들이 많더군요. 눈앞에 물건 하나를 취하는 데도 있는 힘을 다 끌어모야 하니 몸을 의식하지 않고 거저 행했던 것들에 감사함이 절로 우러나옵니다.
목발을 떼자마자 물에 안 떠서 진작에 포기했던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힘들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무릎에 무리가 되지 않는 운동으로 수영만 한 게 없을 테죠.
그렇게 시작한 수영이 꼬박 2년, 이제 욕심이 생겨 근력운동으로 필라테스를 추가했습니다.
여전히 무릎에 힘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통증이 있지만 몸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꼭 나이 들어 생긴 질환이 아니라는 것을.
서울대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는 말합니다. ‘진료실에 환자가 들어올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이 자세다. 저렇게 자세가 나쁘니까 통증이 생기지와 통증을 회피하려다 자세가 무너졌구나를 동시에 생각한다.’
자세가 문제였던 겁니다. 운동은 하루 1시간이지만 나쁜 자세로 23시간을 살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그나마 운동을 하니 1시간이라도 뺄 수 있었지요.
필라테스 2회 차에 엉덩이 힘쓰는 방법을 잊은 몸이라고 강사가 말해줍니다. 대둔근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관절 비틀림, 허리, 고관절, 무릎 등 주변 관절과 근육에 부담을 줘 통증이나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현상을 ‘엉덩이 기억 상실증’라 하더군요. 걸을 때 앉아 있을 때 엉덩이에 힘을 쓰지 않은 모양입니다.
등받이에 기대 허리를 구부리고 오래 앉아 있는 자세도 엉덩이 기억을 상실하게 한다는군요. 걸을 때 엉덩이 근육을 안 움직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한동안 만보 걷기 한다고 열을 올린 적이 있는데 엉덩이는 더 오래 쉰 거고, 무릎은 더 과부하가 걸린 겁니다.
다행히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는 바른 자세를 운동으로 교정 가능하다 하니, 꾸준히 해야한다 하니, 매 순간 엉덩이를 교육하는 중이라는 신호를 몸에 보내기 위해 몸에 감기는 레깅스에 브라탑을 평상복으로 장착합니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고.
독자님의 엉덩이는 기억을 하고 있으신가요?
K People Focus 최영미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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