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부분
중국 남송의 명장으로 추앙받는 악비의 짧은 생애를 담은 드라마 ‘정충악비’를 보았다. 전쟁의 신 악비는 여진족의 금나라에 맞서 싸우며 조국 송나라를 수호했다. 그의 충성과 무용은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고, 전장에서의 승전은 민심을 모았다.
그러나 황제 고종은 오히려 악비를 두려워하고 질투했다. 민심이 장수에게 쏠리는 것을 두려워한 황제는 결국 악비를 무고죄로 몰아 투옥하고, 끝내는 사형에 처하게 한다. 이후 송나라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고, 결국 남송마저도 몽골 제국의 칭기즈칸에 의해 멸망 당한다.
질투는 참으로 무섭다. 질투는 누구에게나 ‘나의 힘’일 것이다. 고종 황제가 악비를 품을 수 있었다면, 자신도 황제로서 영광을 누리고 국가도 온전히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의 강철왕 카네기는 말했다.
“나보다 우수한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었기 때문에 내가 성공할 수 있었다.”
잘난 사람들을 질투하지 않고 그들을 품는 능력, 카네기의 특출한 능력일 것이다. 하지만 또한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갖게 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잘난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너무나 소중할 것이다. 어느 한 분야에 특출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일상생활에서는 잼병인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천재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천재를 한 인간으로 보게 되면, 그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