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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환멸 사이 (49)
늦었지,
사과의 시간은 한없이 흘러가고
구원의 맹세도 잊혀져 가는데
법으로 구원할 수 있을까
정의로 구원할 수 있을까
종교로 구원할 수 있을까
나는 실패의 뺨에 입맞춤하고
나는 성공의 발에 고개를 숙였지만
세상을 떠돌던 구원의 알고리즘은
너에게로 가 닿지 못한 채
아직도 변방을 떠돌고 있다네
늦었어,
차가운 아메리카노 커피로
퉁퉁 부은 목구멍을 헹궈내도
돌아오지 않는 구원의 목소리
어려운 이차방정식으로 위장한
사랑이라는 함수의 고통에 시달리다가
사기꾼처럼 달콤한 함정에 빠지고 마네.
지금은 분노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귓전의 모기처럼 속삭이지만
그래서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기차는 떠났고 존재는 사라졌지
사랑이 사랑을 흉내를 내면 늦었지.
사람이 사람을 흉내를 내면 늦었어!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