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해방광복 8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시대에 탄생한 우리 대중가요 유행가 아랑가에 얽힌, 민족 저항의 결기를 살핀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 스토리텔링 할 곡목은~ 이화자의 목청을 넘어온 <초가삼간>이다. 식민지 29년 차 잿빛 하늘 시대의 터널 속에서 탄생한 이별가.
1939년에 발표된 <초가삼간> 유행가 아랑가는, 오케레코드 음반 12245A에 실린 곡조이다. 당시 노랫말을 지은 조명암은 37세, 가락을 얽은 김용환은 38세, 노래를 부른 이화자는 25세를 전후한 시기다.
<초가삼간>
모란꽃이 피거들랑 다시 오려마 다시 오렴 / 연지곤지 단장하고 다시 오려마 다시 오렴 / 초가삼간 집일망정 금실 좋으면 그만이지 / 호강 없이 살지라도 마음만은 너를 주마~
모진 바람 고이 피해 다시 오려마 다시 오렴 / 족두리를 고이 쓰고 다시 오려마 다시 오렴 / 소금 반찬 밥일망정 맘 맞으면 그만이지 / 백년해로 살지라도 사랑만은 너를 주마~
당사실에 복을 차고 다시 오려마 다시 오렴 / 색 가마에 올라 앉아 다시 오려마 다시 오렴 / 기화요초 없을망정 웃고 살면 그만이지 / 호사 없이 살지라도 나 가슴은 너를 주마~
<초가삼간>은, 86여 년 전 노래인데, 노랫말 전문이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1984년 현암사, 1995년 창작과비평사)에 실렸다. 소설 속의 등장주인공들~ 그들은 차별 없는, 유토피아 세상을 꿈꾸지만, 결국 이룩하지 못한다. 황석영은 왜, 이 소설에 <초가삼간> 노랫말을 인용했을까.
장길산(張吉山)은 조선 숙종 조(1661~1720)에 실존했던 인물, 그가 이끌던 광대(廣大) 패들의 삶을, 소설로 얽었다. 천민 신분의 그들은 자신들의 '몸재주(곡마단)'를 팔기 위해 유랑하는 그 길 위를 떠도는, 뿌리를 내리지 못한 유랑민들이다.
<초가삼간> 유행가 아랑가 노래는, 서정과 전원에 뿌리 밖은 유토피아적인 이상을 담고 있지만, 이 또한~‘장길산이 꿈을 꾸었던 바람과 다를 바 없음을 묵시’한 것을 아닐까. 노래 속의 주인공 화자(話者)는, 초가삼간 산간마을에 살고 있다. 담장 아래 모란꽃도 피어 있다. 아마도 초가삼간에 남은 사람은 남정네, 사랑하던 낭자가 속마음으로 흠모하던 낭군을 남겨두고, 곁눈질을 하면서 시집을 간 듯하다.
그 삶, 시집살이에 모진 바람이 불면, 피하여 다시 돌아오라는 의미, '소금 반찬에 호사 없이 살더라도 백년해로(百年偕老) 사랑을 주겠다'는 언약의 노래다.
<초가삼간> 노랫말 속, 족두리(簇頭里)는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모자(관, 冠)인데, 오늘날까지 결혼하는 신부의 폐백(幣帛) 복장이다. 족두(蔟兜)·족관(蔟冠)이라고도 한다.
족두리라는 말은 고려 때, 원나라(오늘날 몽골)에서, 왕비에게 준 고고리(古古里)가 천이(遷移)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 시절~ 결혼을 한 부녀자의 족두리 위에는, 남편의 관직(官職)에 따라 금권자(金圈子)나 옥권자(玉圈子)를 붙여서 등위(等位)를 표하였다.
당사실(唐絲실)은, 중국에서 들여온 명주실. 색가마는 가마 겉에 화려한 색깔을 칠한 것, 시집을 가는 새색시가 타고 가던 탈 것이다. 틀 안에 사람이 들어앉고, 앞뒤에서 둘 또는 네 사람이 손으로 들거나 끈으로 매어 운반한다. 이러한 가마는 연·덩·가교·사인교·보교 등이 있었다.
이러한 가마는 『고려도경』(1123년, 인종 1. 고려에 온 송나라 사절, 서긍이 지은 책)에 채여(采輿)·견여(肩輿) 등과 같은 언급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관리들의 품계에 따라 수레나 가마를 타는데, 차등(差等)을 두었다.
또한, 1895년 10월 8일(음력 8월 20일), 을미사변의 그날, 새벽 일본인 낭인, 깡패들이 경복궁 담장을 넘어 침입하여 명성왕후를 시해한 날, 경복궁 영추문(迎秋門)을 통하여 정동에 있던,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아관파천, 俄館播遷)을 하였던 고종 임금이 타고 간, 가마는 궁녀들이 타고 다니던 교자(轎子), 평교자 가마였다.
사람이 급하면, 왕(王)도~ 평민의 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통령(統領)의 자리에 오른 사람도, 이성(異性)의 살 내음이 풍기는 이부자리 속에서는 한 갓~ 동물성을 발산하는, 하나의 유기생명체로 반응하는 것과 비유된다. 임금도 평민도, 양반도 천민도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의 우주이다.
그 하나하나가 바로, 코스미안이다. 마음 가는 데로 살아가는 저마다의 우주. 이 저마다의 우주가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시절에는,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삶의 굴레에 압제의 틀이 씌워졌고, 행동의 날개에 돌덩어리 같은 장애물이 매달려 있었다. 일본의 식민지 34년 351일의 굴레.
우리의 선조들은, 봉건시대에서 근대로의 진화과정에서, 식민지제도권의 주도에 의한 문화의 충돌과 문명의 이기와 반목과 강제적 천이의 계략에 옥죄이기도 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유행가 아랑가가 <초가삼간>이다.
2025년 해방광복 80주년, 대한민국 국민은 혼란스럽다. 의사결정의 행정적, 의회적 경도성(傾倒性)에 상대적인 균형을 추구하거나 지향하는, 저울추가 가벼움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러니, 철학과 사유 웅덩이의 깊이와 넓이가 좁거나 얇은 쪽으로 치우쳐 있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열세하거나 전열이 흐트러진 저쪽을 향하여 '세상 변한 것 모르냐'고 나불거리면서 까불거리기도 한다.
이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어릿광대 같은 치(稚)들은, '반드시 세상은 다시 변한다'는 각성(覺省)을 하지 않으면, 다시 변하는 그 물결이 되돌아 흐를 때, 유랑인의 돛단배 같은 꼬라지를 면할 수가 없으리라. 다급한 상황에 직면하여, 평교자(平)轎子 가마에 의지하여 피신하였던 왕(王)이면서도, 한 사람의 자연인에 불가했던 고종 임금처럼.
<초가삼간> 유행가 아랑가를 작곡한 원산 출신 김용환(1909~1949)은, 우리나라 최초의 싱어송라이터, 익살과 해학으로 인류학적인 풍자를 하는 노래(만요, 漫謠)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다. 그는 <눈물 젖은 두만강> 김정구(金貞九, 1916~1998)의 친형이다. 그는 '힘 좀 쓰는 천하장사'였다. 1940년대 어느 여름날, 고향 원산 앞바다 명사십리 해변에.
‘김용환과 일본인 깡패 기무라’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졌고, 기무라가 김용환의 칼을 맞고 죽었단다. 술자리에서부터 시작된, 이 활극에서 먼저 싸움을 건 쪽도, 칼을 꺼낸 쪽도 기무라였으므로, 정당방위로 인정되어 김용환은 함경도 일대는 물론 경성에까지 소문이 파다한 영웅이 되었다.
당시 일본 경찰은, 자기들 간에도 손댈 수 없었던 기무라라는 혹을 떼어버리게 되어 오히려 흐뭇해하였단다.(1973.2.9. 동아일보)(여민동락 블로그)
<초가삼간> 노래 끝 소절, 기화요초(琪花瑤草)는 '옥같이 고운 풀에 핀 옥구슬같이 아름다운 꽃'이라는 의미다. '선경(仙境)에 있다'고 하는 곱고 아름다운 꽃과 풀, 기화이초(奇花異草)라고도 한다.
박경리(1926~2008)의 소설, 『토지』(10권 243p)에도 인용했다. ‘흠, 궁궐이 아무리 넓다고 한들 첩첩거봉, 만 갈래 물줄기, 억수의 산목숨이 골짜기마다 그득그득 모두 제 몫을 하고 철 따라 달라지는 기화요초, 진시황이 북변에다 만리장성을 쌓았다는 얘기야 들었지만, 금강산 지리산 이런 궁궐이야.’
해방광복 80주년. 2025년 대한민국은, ‘코리아 벨류 업’캠페인 깃발 기치를 드높이 내걸고 있다. 상장회사 커뮤니티와 대중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자국 중심(自國 中心, 重心)의 우선주의(優先主義)를 지향하면서, 의도적인 배타(排他)와 제도적인 진입장벽(進入障壁)을 치는 국제무대의 현실 앞에서 고유하고 유일하고,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세계적인, K-글로벌 길을 모색하는 몸부림의 태도와 태세이기도 하다.
이런 때에, 한국 대중가요 유행가 130년사의 귀태(鬼胎)처럼 탄생하여, 60여 년을 지속해 온 외래종(外來種) 기형아(畸形兒) 같은 단어(용어, 장르 명칭),‘트로트’라는 단어를,‘아랑가(ArangGA)'로 개명(改名) 혹은 신작명(新作名)하기’를, 코스미안뉴스를 통하여, 재삼재사(再三再四)로 주창한다. ‘아랑가’는, ‘아리랑과 가요를 합친, 융합어’이다.
세상은 한 사람의 의지로 변화, 진화, 강화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씨앗 같은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코스미안이다. 생각의 옹달샘을 파는 사람, 그 샘에서 쉼 없는 물줄기를 꼬물꼬물 솟아나게 하는 사람, 그 가느다란 줄기가 도랑물이 되어 흐르게 하는 사람, 그 도랑이 냇물로, 강물로 불어나 바다로 흐르게 하는 사람. 그 바다가 바로 하늘로 아우러지고 우주를 이루게 하는 코스미안.
한 사람의 열정이 행동이 되고, 행동에 동행이 따르고, 동행이 유행이 되고, 유행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역사의 마디가 되게 하는, 코스미안이 바로 코스미안뉴스가 지향하는 푯대이다.
해방광복 80주년, 유행가 <초가삼간>에 코스미안뉴스에 매단다.
[유차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교수
이메일 : 51944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