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가방을 완독했습니다

민은숙

 

가방을 완독했습니다

 

 

어둠 속에 유배당한 그가 구석에 돌돌 말려 있다

 

직사광은 말보로 그린

가시선은 차이코스 맥스

 

숨 대신 니코틴으로 연명하는 그의

오래된 기도가 라이터를 켠다

 

넘보라살에 호흡이 내맡겨진 주말 오전

가방이 펼쳐진다

 

한때 춤추는 신선나비가 눈썹 뼈를 슬던 때가 있었다

 

갓 태어난 보금자리에서 무료한 조명이 꺼지고

한숨을 훔치는 밤꽃이 올라탄 적도 있었다

 

오는 떨림에 미소로 강아지 귀를 만들고

슬픔을 안주머니에 숨긴 서사가 마지막 손톱에 닿는다

 

까마득한 몇 해를 페부 깊이 들이마시고

깨어나지 않을 긴 여행을 떠나는 그는

 

가방의 문장을 완독한 것이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

 

작성 2025.07.23 09:36 수정 2025.07.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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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