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서문강 [기자에게 문의하기] /
가방을 완독했습니다
어둠 속에 유배당한 그가 구석에 돌돌 말려 있다
직사광은 말보로 그린
가시선은 차이코스 맥스
숨 대신 니코틴으로 연명하는 그의
오래된 기도가 라이터를 켠다
넘보라살에 호흡이 내맡겨진 주말 오전
가방이 펼쳐진다
한때 춤추는 신선나비가 눈썹 뼈를 슬던 때가 있었다
갓 태어난 보금자리에서 무료한 조명이 꺼지고
한숨을 훔치는 밤꽃이 올라탄 적도 있었다
오는 떨림에 미소로 강아지 귀를 만들고
슬픔을 안주머니에 숨긴 서사가 마지막 손톱에 닿는다
까마득한 몇 해를 페부 깊이 들이마시고
깨어나지 않을 긴 여행을 떠나는 그는
가방의 문장을 완독한 것이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