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가슴에 붙어있던 일장기를 삭제한 <일장기 말소사건>을 ‘2025년 8월의 독립운동’으로 선정했다고 국가보훈부가 밝혔다.
3·1 운동 이후, 일본은 민심을 달래고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문화정치’를 표방하며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글 신문을 허가했다. 그러나 기사 내용은 사전 검열 체제 아래 두어 수정·삭제가 가능하도록 관리했고, 1930년대 중반 중·일전쟁 확전으로 일본 군국주의화가 가속화되며 총독부의 언론 통제도 더욱 까다로워지고 엄격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36년 8월, 베를린 하계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이 금메달을 차지하였고, 동아일보와 조선중앙일보는 손기정과 동메달을 획득한 남승룡의 승리를 한국 민중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최대의 쾌거로 평가하며, 연일 보도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조선중앙일보는 8월 13일 자 기사에 마라톤 시상식 사진을 실으면서, 손기정과 남승룡의 유니폼에 가슴에 있던 일장기를 삭제했다. 당시 사진 상태가 좋지 않아 처음에는 일제 검열관이 일장기의 의도적 삭제를 파악하지 못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가 보도한 사진도 일장기의 표식이 흐릿하게 보이도록 수정되었다.
이후 8월 25일, 동아일보의 석간신문에 손기정 선수 유니폼의 일장기를 완전히 삭제한 사진이 등장하였다. 이 사건은 일본 검열 당국의 주의를 끌었고, 당일 일본 경찰은 동아일보의 발매 및 배포를 금지시키고, 관련자 다수를 연행하여 취조했다. 그리고 8월 28일, 동아일보는 10개월간 정간되었다. 조선중앙일보도 9월 4일 보도를 끝으로 자진 휴간하면서 결국 폐간되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언론 탄압을 넘어서, 민족의식을 고취하려던 한국 언론의 저항을 상징하는 사례로 기록됐다. 또한, 식민지 시기 일제의 언론 통제가 얼마나 철저했는지를 드러내며, 민족 언론들이 맞서 싸워야 했던 정치적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이 사건은 민족적 자각을 불러일으켰고 일제 식민 지배에 대한 저항 의지를 표출한 언론인들의 목소리였고,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일제의 강압적 통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국가보훈부는 2025년 이달의 독립운동을 선정하기 위해 지난해 4월 23일부터 5월 22일까지 1개월간 국가보훈부, 광복회, 독립기념관 등의 누리집을 통해 국민의 추천을 받았다. 국민이 추천한 8월의 독립운동은 정미의병(1907), 대동창의단 결성(1908), 성명회 조직(1910), 조선사회당 조직(1917), 대한여자애국단(1919), 신한청년당 창당(1918), 대구 24부대 학병 탈출 사건(1944), 조선건국동맹 조직(194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