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은 많은 사람과 업체들의 협동 작업 속에서 이루어진다. 출판사가 기획, 편집한 텍스트가 인쇄소와 제책소를 거치며 비로소 책의 형태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물류회사를 통해 각 도매상과 서점에 공급되며 비로소 독자와 만난다. 최종적인 제작 과정을 마치고 온전한 상품의 형태를 갖춘 책이 독자의 손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총괄하는 이가 바로 출판마케터이다.
신간이 나오면 도매상이나 총판 등의 유통망을 통해 전국의 서점에 배본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마케터는 배본하는 도서의 양을 정하기 위해 각 거래처 담당자와 협의한다. 많은 책을 배본하면 그만큼 많은 독자와 접하게 되어 판매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만큼 반품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배본 부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서점에 그에 걸맞는 유인책(도서의 공급률을 더 낮춘다거나 이벤트를 제공하는 등)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무조건 많은 부수를 배본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시장 상황, 자사의 재정 상황, 발행 도서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적정한 배본 부수를 결정해야 한다.
도매상과 서점으로 책이 들어갔다고 해서 곧바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매상과 서점들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사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려가서 대신 팔아주는 것이다. 이를 위탁 거래라고 한다. 출판사가 서점에 100만 원 정도의 책을 공급했는데 이 중 실제로 팔린 책이 40만 원 정도라고 한다면 출판사는 서점으로부터 40만 원만 지불받는다. 나머지 60만 원은 미수금으로 장부에 남는다.
이 60만 원에 대해 서점은 돈으로 줄 수도 있고 책으로 줄 수도 있다. 책이 잘 안 팔린다 싶으면 언제든 출판사로 해당 도서를 반품할 권리를 서점은 가지고 있다. 앞에서 무조건 많은 책을 배본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1,000만 원 정도의 책을 서점에 공급했다고 해도 하나도 팔리지 않아 모두 반품으로 돌아온다면 모두 헛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거래가 위탁 거래인 것은 아니다. 현매 거래라고 해서 책을 넘김과 동시에 지불을 받는 방식도 있다. 이 경우 출판사는 반품 걱정을 덜 수 있어 좋지만 서점은 팔리지 않는 책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위험을 안게 된다. 서점으로서는 당연히 팔릴 만큼만 주문하게 되고 진열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두 가지 거래 방식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많은 책을 배본할 것인가 판매가 다소 위축되더라도 위험을 줄이는 방식을 택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위탁 거래에서 미수금이 60만 원이라면 서점에 그 금액에 맞는 재고도서가 있어야 한다. 서점에 출고한 도서 대금과 서점에 존재하는 재고도서의 금액차이를 공간금액이라고 부른다.
원칙적으로 이 공간금액은 0원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서점으로서는 최대한 지불을 미루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공간 분이 0원이 되게 거래 서점을 관리하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다.
한편 도매상이나 총판의 경우에는 공간 분이 정확히 얼마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도매상이 각 소매서점에 깔아놓은 재고도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적당한 수준에서 미수금 규모를 설정하게 되는데 이를 한도거래라 한다. 도매상은 그 한도를 가능하면 늘리려고 할 것이고 출판사는 줄이려고 한다. 거래처 담당자와의 협의를 통해 이 수준을 적당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래처 중에는 부도가 나는 곳도 생긴다. 현매 거래의 경우 부도가 나도 출판사는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지만 위탁 거래는 미수금만큼 피해를 입게 된다. 만약 어음으로 지불을 받았다면 부도 어음의 피해까지 더해진다. 채권자로서 출판사는 부도업체에 피해보상을 요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출판사가 함께 채권단을 구성하기도 한다. 부도가 나기 전에 미수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부도를 맞게 됐다면 남은 미수금 중 일부라도 지불 받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지금까지 거래처에 책을 공급하고 대금을 지불받는 것에 대해 말했다. 이 업무는 마케터의 기본적인 업무이다. 이 업무 외에도 마케터는 자사의 책을 기획하는 일에도 관여를 해야 한다. 출판사에 어떤 책을 기획한다고 할 때, 해당 기획이 시장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 해당 기획과 비슷한 책이 시장에 나와 있는지 아닌지, 나와 있다면 얼마나 팔렸고 반응은 어땠는지, 유사도서와 변별력을 가지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기획을 해야 하는지 조사하고 편집부에 전달해야 한다.
해당 기획이 완결되고 책을 만드는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면 마케터는 해당 도서의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언론 홍보와 광고, 각종 이벤트 등의 계획을 세우고 출간 시기에 맞춰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
출판마케팅 실무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