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 칼럼] 권불십년, 그 뒷모습

이윤배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이 짧은 격언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으로 각인되어 있다. 한 마디로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십 년을 넘기지 못하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 이상 붉게 피지 못한다는 이 격언은 시대를 초월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권력의 덧없음을 일깨우는 경구(警句)다. 지난 역사는 이를 끊임없이 증명해왔다.

 

조선시대를 돌아보면 장녹수, 정난정, 김개시, 장희빈 등은 왕의 총애를 등에 업고 국정을 제멋대로 쥐락펴락하며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결국 참혹한 최후를 피하지 못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도 불로장생을 염원하며 불로초를 찾아 헤매다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그가 세운 진나라는 건국 15년 만에 멸망했다. 권력은 그들을 높이 올려놓았으나 끝까지 지켜내지는 못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이 같은 권력 무상의 역사적 사건이 반복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파면과 함께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최순실이라는 민간인이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국정을 좌지우지한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8년 뒤인 2025년,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임기 3년도 못 채우고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다.

 

한때 정의의 상징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권력을 쥔 뒤 그 상징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뜬금없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정적(政敵) 제거와 함께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하고 선관위 장악을 시도하다, 국민의 분노와 헌법의 심판 앞에 무참하게 무너졌다. 그가 믿었던 권력은 그를 보호해 주지 못했다. 권력을 쥐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착각이 결국, 자기 자신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것이다. 이처럼 권력을 사유화하고, 사익을 위해 남용한다면 비참한 최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미처 몰랐다.

 

그러나 권력을 손에 쥔 지도자들은 종종 자신이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자만심으로 가득 찬 권력의 카르텔은 견고해 보이고, 자신들만의 성벽은 흔들림 없어 보이지만 그 모든 것은 허상일 뿐이다. 지도자가 무능하고 무책임하면 사회는 불안정해지고, 결국 구멍 뚫린 배처럼 침몰하게 된다. 그런데 그 침몰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탐하는 자들은 여전히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서 활개 치고 있다. 그들은 뇌물을 주고받으며 견고한 권력의 사슬을 만들고, 배타적인 세계를 구축하려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리고 그 권력이 자기 무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 채 살아간다. 그 결과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불도저로도 막지 못하는 재앙을 끝내는 불러오고 만다.

 

우리는 언제쯤 국민의 뜻이 진정으로 존중받는 나라다운 나라에서 살 수 있을까. 권력은 찬란한 꽃처럼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같은 권력이 그 영광을 오래도록 지속하려면 건강하고 튼튼한 뿌리가 필요하다. 그 뿌리는 국민의 신뢰, 헌법의 정신, 그리고 정의로운 시스템의 융합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나 이 뿌리가 흔들리면 꽃은 시들고, 권력은 결국 타락하여 배척당하게 된다.

  

따라서 나라다운 나라란 단순한 외형적 안정과 번영 그 이상을 의미한다. 그것은 지도자가 권력의 유한함을 깊이 자각하고, 국민 앞에 겸허히 봉사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런 까닭에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순간, 그 꽃은 이미 시들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진정한 나라를 꿈꾼다면, 그 중심에는 권력이 아닌 신뢰와 책임이 있어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권력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희망의 불꽃이 되어 어둠을 밝히고, 정의와 공동체의 미래를 이끄는 등대가 될 수 있다.

 

 

[이윤배]

(현)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이메일 : ybl7736@naver.com

 

작성 2025.08.07 10:29 수정 2025.08.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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