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들어가기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디카시는 사진과 시가 결합한 독창적인 표현 양식이다. 한순간의 감각과 의미를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그러나 지금까지 디카시 연구는 주로 장르적 특성, 형식상의 장단점, 미학적 가치 논의에 집중했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작동하는 상상력의 내적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특히 이상옥이 제시한 ‘날시’ 개념은 디카시의 현장성과 순간성을 강조한다. 사진 이미지와 언어가 어떤 인지적·문화적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디카시 창작의 출발점은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정동(affect)이다. 정동은 언어 이전의 감각적·정서적 반응을 의미한다. 이는 창작자와 수용자 모두에게 강렬한 몰입의 순간을 제공한다. 이 감각은 곧 시각적 형상과 언어적 이미지로 변환한다. 개인적 경험이나 사회적 맥락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재구성한다. 나아가 창작물은 반복적 소비와 재해석을 거치며 문화적 코드로 편입한다.
이러한 과정을 단계적으로 분석하는 틀은 디카시의 미학적 작동 원리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 문학이 지닌 사회·문화적 확장 가능성을 조명한다.
이 글은 디카시 창작과 해석 과정을 정동→심상화→의미 재구성→문화적 코드화라는 네 개의 상상력 층위로 구분하여 고찰한다. 이를 통해 디카시가 단순한 ‘사진+시’의 결합이 아니라, 감각·언어·서사·문화가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복합 예술임을 밝히고, 향후 디카시 비평과 창작의 새로운 분석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디카시 이론의 한계
1. 디카시 이론의 맹점은 무엇인가
디카시(Digital Poetry)는 기술과 창작의 융합으로 새로운 문학적, 예술적 시도를 가능하게 했지만, 그 이론적인 틀에서는 몇 가지 중요한 맹점이 있다.
가. 디지털 미디어의 제한적인 예술적 표현
디카시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미디어(텍스트, 이미지, 소리 등)를 기반으로 한 예술 형태이다. 이 매체가 기존의 문학적인 깊이나 감성적인 표현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즉, 기술적인 특성이 때로는 예술적 표현을 제한하거나, 너무 즉각적이고 빠른 소비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점: 디카시는 전통적인 문학처럼 긴 서사나 깊이 있는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결합한 디카시는 시각적이고,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그 표현을 즉각적으로 이해하고 지나쳐 버리기 쉽다. 이는 서사(이야기)의 흐름이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감정의 축적을 필요로 하는 전통적인 문학과는 차별화 지점이기도 하다.
나. 저작권과 창작의 정의
디카시에서 사용하는 사진은 창작자가 직접 찍어 사용하는 것이 원칙적이다. 그러나 이미지나 사운드, 비디오 클립 등의 요소들은 종종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무료 또는 상업적으로 사용 가능한 자료들이다. 이러한 매체의 재사용과 변형은 저작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창작의 본질과 그에 대한 정의를 흐리게 만들 수 있다.
문제점: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기존 작품을 쉽게 수정하고 변형할 수 있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논의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기존의 예술 작품을 단순히 결합하거나 변형하는 것에 대한 예술적 가치나 창의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는 디카시의 이론적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다. 텍스트와 이미지의 결합이 초래하는 의미의 축소
디카시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결합하는 예술 형식이다. 이 두 매체의 결합이 항상 효과적인 의미 전달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함께 있을 때, 시각적 요소가 텍스트의 의미를 압도하거나, 반대로 텍스트가 이미지의 감성을 차갑게 만들 수 있다. 즉, 텍스트와 이미지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각각의 의미를 희석시킬 위험이 존재한다.
문제점: 이미지와 텍스트를 결합한 디카시에서, 두 요소 간의 상호 작용이 불완전할 경우, 관람자는 메시지를 혼란스럽게 해석하거나 의미를 간과할 수 있다. 즉, 이미지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텍스트가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려 할 때 과잉 설명을 할 수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서로 충돌할 수도 있다.
라. 전통적 문학 이론의 한계
디카시가 디지털 매체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문학 이론의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전통적인 문학 이론은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분석을 기반한다. 이는 시나 소설 등의 문학 갈래를 다룬다. 디카시는 시각적 요소와 결합한다. 기존 문학 이론만으로 디카시의 특성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문제점: 기존 문학 이론이 디지털 매체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제한적일 수 있다. 새로운 이론적 틀이 필요하다. 디카시가 텍스트와 이미지, 비디오를 포함한 복합적 매체로 구성한다. 이를 완벽하게 해석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이나 접근법이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다.
마. 디지털 매체의 상업화
상업적 플랫폼에서 디카시는 빠르게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디카시가 상업적 이용이나 트렌드에 맞춘 소비적 성향에 맞춰지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예술이 순수성을 잃고, 상업적 목적이나 대중의 취향에 맞춰지는 경향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점: 디지털 미디어는 상업적 목적을 위한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특성이 있다. 이는 디카시가 가질 수 있는 깊이 있는 예술적 메시지나 철학적 접근을 경시하거나 소비하는 속도에 의해 그 의미를 축소할 위험이 있다. 디지털 미디어에서 예술적 진지함이나 깊이가 빠르게 소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론적인 맹점이 발생할 수 있다.
바. 기술 의존성과 단점
디카시가 기술에 의존하는 예술 형식이라는 점에서, 기술적 장비나 소프트웨어의 한계가 작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디지털 파일의 손상, 기술적 오류, 디지털 장비의 제약 등이 디카시의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점: 디카시의 본질이 디지털 매체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기술적 장비가 고장이 나거나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작품이 정상적으로 재현되지 않는다. 심지어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는 디지털 매체의 불완전성을 고백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예술의 지속성과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
사. 소결론
디카시 이론의 맹점은 디지털 미디어와 예술적 표현의 융합으로 인한 기술적, 이론적 한계에서 발생한다. 기존의 문학 이론이나 예술 이론이 디지털 매체의 복잡성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 디카시의 특성을 명확히 설명하고, 규명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이 부족하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상 상업적 소비나 즉각적인 반응에 집중하기 쉽고, 기술적 의존성이나 저작권 문제 등도 그 이론적 맹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2. 디카시 저작권 침해 가능성
디카시(Digital Poetry)와 관련된 저작권 소송 사례는 아직 대중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사례가 없는 듯하다. 디지털 미디어와 사진, 이미지 기반의 예술 형식인 디카시에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주요한 상황이 존재한다. 주로 ‘이미지 사용’과 관련한 법적 분쟁으로 발생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디카시 자체로 특정한 저작권 소송 사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몇 가지 비슷한 유형의 사례를 통해 디카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를 유추할 수 있다.
가. 저작권 침해 및 무단 사용
디카시에서 사용하는 많은 이미지가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자료들이다. 많은 작가가 이러한 자료를 무단으로 사용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사진작가나 이미지 제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소송은 존재한다. 이 경우, 디카시 작가가 다른 사람의 이미지나 사진을 적절한 허가 없이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사진작가가 촬영한 이미지를 디카시 작가가 사용하면서, 사진작가의 허가 없이 이를 온라인에 게시하거나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디카시에서 사용하는 이미지가 다른 이의 창작물이라면 해당 창작자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나. 플랫폼에서 발생한 저작권 문제
디카시 작품들이 온라인 플랫폼, 즉 소셜 미디어나 예술 공유 사이트에 업로드할 때도 저작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가가 자신의 디카시 작품을 공유하면서 다른 작가의 작업을 사용하는 경우, 원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이 허락 없이 사용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사진작가가 제공한 이미지를 사용한 디카시 작품을 예술 플랫폼에 업로드했을 때, 사진작가가 이를 무단 사용으로 간주하고 저작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 저작권 소송 사례
비록 디카시 자체의 저작권 소송은 구체적으로 사례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디지털 예술 사진에서 저작권 분쟁은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특히 사진 편집, 이미지와 텍스트를 결합한 작품에서 자주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유명한 ‘이미지 도용’ 사건에서는 예술 작품에서 사용된 특정 이미지가 원작자의 허가 없이 다른 작가에 의해 사용하였을 때 저작권 소송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는 디지털 작가들이 원본 이미지나 사진을 수정하거나 변형하여 사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마. 소결론
디카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소송은 주로 저작물의 무단 사용과 관련이 있다. 기존의 사진, 또는 다른 디지털 콘텐츠를 사용하면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예술의 특성상, 기존 이미지를 수정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가 일어날 위험이 크다. 디카시 작가들은 작품을 만들 때 저작권법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원작자의 동의를 얻거나, 저작권이 없는 공공 도메인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디카시 창작 작가가 직접 디카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해야 한다.
디카시와 관련된 구체적인 저작권 소송 사례는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예술 분야에서 법적 기준이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지금까지 디지털 매체의 물성, 소비 방식, 상업성, 저작권, 이론의 미비점 등을 다각도로 지적하였다. 이를 아래 표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3. 날시는 정동 단계에 머문다
‘날시’는 정동 단계의 글이다. 아래와 같이 창시자가 스스로 이론에서 밝혔다. 이를 읽어 본다.
나는 자연이나 사물, 사건에 깃들인 시의 형상(극순간적 감동의 형상)을 날시(raw poem)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디카시는 날시의 포착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즉, 날시(raw poem)를 디지털카메라로 찍는 것이 시 창작의 단초다.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한 날시는 여전히 침묵하는 언어인데, 시인이 그 침묵의 언어를 듣고 옮겨 놓으면 디카시는 완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디카시는 날시를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문자로 재현한 시라고 정의한 것이다.
- 이상옥, 『앙코르 디카시』, 19쪽.
이상옥이 디카시 이론에서 언급한 ‘날시(raw poem)’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를 통해 디카시를 어떤 방식으로 창작하고, 그 창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이론적인 관점에서 날시는 정동의 단계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런 관계가 성립하는지, 디카시 창작 과정에서 날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차근차근 살펴본다.
가. 날시의 개념
이상옥은 ‘날시(raw poem)’를 극순간적 감동의 형상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극순간적 감동’이란 순간적으로 내면에서 일어나는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감정이나 정서적 반응을 의미한다. 이 감동이 극적인 순간에 일어나는 감정의 폭발로, 정동의 상태에 가깝다.
이 극순간적 감동은 일상적인 인식을 넘어서는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이나 사물, 사건이 일으키는 정서적 충격이나 즉각적인 감동이 바로 날시이다. 이를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시인이 그 ‘침묵하는 언어’를 디지털 이미지로 재현한 뒤 이를 문자화하면 디카시가 완성된다는 점에서, 날시는 디카시 창작의 출발점이자 본질적 요소이다.
나. 날시와 정동의 관계
날시는 정동 단계에 머문다. 날시가 정동 단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날시가 즉각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정동은 우리가 감정적으로 어떤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것이 날시를 포착하는 감동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즉, 정동은 감정의 초기 단계로서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반응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날시를 통해 시적으로 드러나는 감각적이고 직접적인 충격을 포착하게 한다.
디카시는 이 감동을 디지털 매체를 통해 시적 형태로 재구성한다. 날시가 정동 단계에서 시적 창작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한다. 따라서, 날시는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정동을 직관적으로 포착하는 순간의 미학이자 시적 시작점이다.
다. 디카시 창작의 과정
이상옥의 이론에 따르면, 디카시 창작의 핵심은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한 날시이다. 여기서 디지털카메라는 감동의 즉각적 포착이 가능하다. 시인은 그 포착된 이미지를 보고 듣고 그 침묵의 언어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한다. 즉, 디지털 이미지는 시적 감동을 직관적으로 포착하지만, 그 자체로는 아직 언어가 아니다. 시인이 그 이미지를 통해 언어화해야만 디카시는 완성을 이룬다.
디지털카메라는 날시의 시적 이미지를 포착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그 이미지를 통해 시인은 정동의 언어를 들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디카시는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반응을 시적 언어로 재현하는 과정이다.
라. 날시와 침묵의 언어
‘침묵하는 언어’라는 표현은 상당히 중요한 철학적 의미를 지닌다. 날시는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즉, 감정적으로 내면에서 일어나는 직관적이고, 원초적인 반응을 의미한다. 이는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 ‘침묵’을 디지털 이미지로 포착한다. 그 이미지를 언어로 변환함으로써 디카시를 완성하는 것이다. 디카시는 감각적 직관을 언어화하는 작업이다. 이는 정동적인 반응을 언어적 이미지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마. 디카시와 정동의 경계
디카시에서 날시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정동의 본능적인 반응을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포착하고, 언어로 재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동은 시적 표현을 위한 기초적인 감정적, 감각적 상태로 작용한다. 디카시 창작의 출발점이다. 정동이 감정적 반응의 초기 단계라면, 날시는 그 반응을 극단적으로 형상화한 감동의 순간이다. 이를 디지털 이미지로 포착하고, 언어화하는 것이 디카시의 본질이다.
바. 소결론
이상옥이 주장하는 날시는 정동 단계에서 즉각적이고 본능적인 감정적 반응을 시적 이미지로 포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디카시 창작은 이 날시의 포착에서 시작한다. 디지털카메라로 그 순간을 이미지화한다. 그 이미지를 언어로 번역함으로써 디카시가 완성을 이룬다. 정동은 디카시 창작의 핵심이 되는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반응을 제공한다. 이로써 디카시는 단순히 디지털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 이상의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감동을 언어로 재현하는 시적 과정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저서 : 평론집 10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